[시가 있는 휴일] 생활의 노래

입력 2021-11-04 19:59

태엽 감은 새처럼.
하루가 뻐근하게 시작되는 시간.
노래하고 싶어, 느끼고 싶어 답답하던 날.
노래라고는 아기 자장가뿐이던 밤들.
하지만 난 울지 않았네.
하루하루 살아내었네.
무뎌지고 사라질 것 같아.
불안하고 초조하던 날들
내 꿈이 자꾸 멀어진다 느꼈지만
이제 알았어.
내 마음을 키워준 건
아이들의 웃음소리
‘엄마’라는 낮고 낮은 이름.
살아내고 이겨내며 붙잡고 싶은 그것
삶이라는 아프고도 아름다운 이름.

-작사가 조동희 에세이집 ‘사랑을 사랑하게 될 때까지’ 중

장필순 노래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의 노랫말을 쓸 때 조동희의 나이는 스물넷이었다. 조규찬의 ‘조용히 떠나보내’ 등 1990년대 수많은 명반에 작사가로 이름을 올리고 불현듯 자취를 감춘 이유는 세 아이 때문이었다. 그에게 육아는 음악을 포기하고 싶게도 하고, 더욱 갈망하게도 한 ‘생활’이었다. 에세이집에 실린 이 시는 모든 엄마들을 위한 노래처럼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