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속도조절론’ 꺼낸 KDI… “경제성장률 2배 떨어뜨려”

입력 2021-11-05 04:07
연합뉴스TV 제공

부채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하면 경제성장률이 더 크게 떨어진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금리 인상에 따라 기대되는 물가상승률과 부채증가율 완화 효과도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지난 8월에 이어 이달에도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책연구기관에서 ‘속도 조절론’을 꺼내든 셈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4일 ‘민간부채 국면별 금리 인상의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부채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할 경우 이후 3분기 동안 경제성장률이 최대 0.15% 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부채가 적을 경우에는 경제성장률이 0.08% 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부채가 높은 상황일수록 성장률 하락 폭이 배 가량 크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물가를 금리로 잡을 수 없게 됐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3%대로 올라선 물가가 금리를 인상한다고 해서 안정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천소라 KDI 연구위원은 “2000년대 이후 물가와 경기 간 상관 관계가 약해졌다. ‘필립스 곡선의 평탄화’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리를 인상한다고 해서 부채 증가율이 떨어지지도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천 연구위원은 “자산수익률에 대한 기대에 미치는 요소가 금리 이외에도 다양해졌다. 금리 인상만으로 부채 증가세가 둔화할 거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보고서는 ‘금리 인상 신중론’에 방점을 찍었다. 천 연구위원은 “금리 인상이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를 낮추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을 일부 완화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와 동시에 경기 회복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통화정책 정상화의 속도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금리 인상이 취약계층의 채무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금융 안정을 위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재정·금융정책 등의 보완책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