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재현 vs 악몽 끊기, 외나무다리의 전북-울산

입력 2021-11-05 04:08
울산 현대 바코가 지난달 1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주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전북 현대 수비 김민혁을 피해 슛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승경쟁을 하는 현대가(家) 양 팀이 마지막 길목에서 맞붙는다. 올해 양 팀 간의 마지막 승부이자 우승 향방을 크게 가를만한 대결이다.

K리그1 선두 전북 현대는 6일 홈구장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울산 현대를 맞아 2021 하나원큐 K리그1 35라운드 경기를 펼친다. 이 경기를 포함해 4경기를 남긴 시점에서 양 팀의 승점은 67점으로 같다. 이번 경기의 승패가 우승 경쟁에 결정적이다.

다른 대회에서 모두 탈락한 두 팀에게 남은 건 리그뿐이다. 지난해까지 리그 4연패를 달린 전북이나, 팀 역사상 준우승만 8회에 그치며 이인자의 한을 곱씹어 온 울산이나 우승 실패의 여파는 클 수밖에 없다. 이번 경기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이유다.

전북은 미드필더 최영준이 장기결장 중인 걸 제외하면 전력 누수가 없다. 14골로 득점 공동 3위인 구스타보와 일류첸코가 전방에 건재하고, 측면 공격수 한교원과 미드필더 김보경, 쿠니모토 등 2선 공격진 컨디션도 상승세다. 시즌 초반 다소 불안했던 백승호는 어느덧 리그 최고의 3선 자원으로 거듭났다. 지난 수원 삼성전 4대 0 대승은 이런 상승세를 보여줬다.

한 가지 걸리는 건 올 시즌 울산을 상대로 유독 약했다는 점이다. 올 시즌 모든 대회 통틀어 울산 상대 전적은 2무 2패로 절대 열세다. 지난 시즌 거둔 4승 1무와 비교하면 상황이 뒤집혔다. 공격적으로 맞불을 놓을 때마다 울산 특유의 빠른 역습에 뒷공간을 공략당하며 더 많은 골을 내줬다.

도전자 입장인 울산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트레블(시즌 3관왕)을 노렸지만 최근 지역 맞수 포항 스틸러스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4강에서, 2부 구단 전남 드래곤즈와 FA컵 준결승에서 패배하며 탈락해 크게 흔들렸다. 다섯 달 넘게 지켜온 리그 선두 자리도 지난달 말 내줬다. 직전 경기에서 만만찮은 상대인 수원 FC에 짜릿한 3대 2 승리를 거둬 반전한 게 그나마 다행이다.

울산은 2선 자원 이동경의 상승세뿐 아니라 측면 공격수 윤일록의 기세도 좋다. 그러나 전력 상 비중이 큰 측면 공격수 이동준, 중앙수비 불투이스의 출전이 확실치 않다. 최전방에서 유망주 오세훈이 분전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상대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진다.

박찬우 해설위원은 “올해 울산이 전북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였기에 우세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하필 지난해처럼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는 점이 울산에 좋지 않다”며 “선수들 입장에선 지난해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지난해 리그 마지막 대결에서 패하며 우승을 내준 기억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울산은 상대보다 승리가 더 절실하다. 순위 계산에서 골득실보다 총득점을 우선시하는 K리그 고유 규정을 고려할 때 전북이 앞선 5골을 남은 3경기에서 따라잡아야 한다는 부담이 추가로 든다. 울산 선수단은 이번 경기에 찾아오는 원정팬들을 위해 버스를 대절하겠다고 나서는 등 각오가 단단하다.

박찬우 해설위원은 “전북 입장에선 무승부 전략으로 현상유지를 택할 가능성도 있지만, 남은 3경기에서 울산 이상의 승점을 무조건 따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함부로 내다볼 수 없다”고 했다.

경기가 열리는 전북월드컵경기장은 관중맞이에 한창이다. 전북 관계자는 “E석(동쪽 관중석) 한 면을 (코로나19 백신) 비접종자석으로 50% 운영하고 나머지 좌석은 100% 접종자석으로 운영한다”고 했다. 경기를 이틀 앞둔 4일 오전 이미 8000석 넘는 좌석이 판매됐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