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 국면을 맞으면서 화석연료 사용이 급격하게 증가한 탓이다.
AP통신 등 외신은 4일(현지시간) 국제과학 공동협의체 글로벌카본프로젝트(GCP)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고 있는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6)에서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올해 화석연료 연소에서 비롯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6.4GT(기가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4.9%까지 증가한 수치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9년과 비슷하다. 지난해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령 등 강력한 방역 조치로 경제활동이 마비되면서 배출량이 5.4% 급감했다.
올해 경제활동이 다시 활발해지면서 화석연료 소비가 예상보다 빠르게 급증한 점이 배출량 급등의 원인으로 꼽힌다. 보고서에 따르면 석탄과 천연가스가 내뿜은 탄소는 지난해 배출량 감소분을 상쇄하고 남았다. 석유 사용량은 항공·운송 분야의 회복이 느린 탓에 팬데믹 이전보다는 낮지만 역시 증가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여행 수요가 회복되면 석유 소비까지 늘면서 내년에는 배출량 신기록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를 진행한 코린 르 퀘레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대 교수는 가디언에 “세계 경제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배출량 반등이 너무 빨리 일어났다는 점이 놀랍다”고 밝혔다. 로버트 잭슨 미국 스탠퍼드대 지구시스템과학 교수는 “탄소 배출량이 고무밴드처럼 다시 튀어 올랐다”며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듬해에 탄소 배출량이 1.5% 줄었다가 2010년에 다시 5% 증가한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탄소 배출량 증가의 가장 큰 지분은 중국에 있었다. 세계 1위 탄소배출국인 중국은 대부분의 다른 국가와 달리 팬데믹 기간에도 배출량이 증가했다. 중국의 올해 배출량은 11GT에 달해 2019년에 비해 5.5% 증가할 것으로 GCP는 예상했다. 노르웨이 국제기후연구센터의 글렌 피터스 연구부장은 “우리는 중국의 석탄 사용이 이미 정점을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정점이 다시 돌아온 셈”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미국과 EU의 증가율은 7.6%에 이르겠지만 서서히 줄어드는 장기 추세를 보이게 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만약 이러한 배출 추세가 지속되면 11년 안에 ‘탄소예산’이 모두 소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탄소예산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제한하는 범위 안에서 사용 가능한 탄소 배출량을 뜻한다. 기후변화 대응 활동을 벌이고 있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도 “1.5도는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나는 우리가 그걸 달성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우려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