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데이트 폭력 사망’ 첫 재판… 피의자 “혐의 인정 얼마든 사과”

입력 2021-11-05 04:07
남자친구에게 폭행 당한 뒤 숨진 고(故) 황예진씨의 생전 모습. 오른쪽 사진은 폭행 당시 CCTV 장면. SBS 캡처

여자친구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30대 남성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하고 사과 뜻을 밝혔다. 유족들은 살인죄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안동범)는 4일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여자친구 황예진(25)씨를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기소된 이모(31)씨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씨 측 변호인은 “혐의를 전부 인정한다”며 “100번이라도 사과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이어 애초 합의할 의사가 있었지만, 피해자 유족의 인적 사항을 몰라 합의 시도를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울먹이거나 손을 벌벌 떠는 등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재판부가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씨가 울먹이자 방청석에서는 “크게 말해” “뭘 잘했다고 우느냐”는 등의 고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유족은 울분에 차 오열하며 재판을 지켜봤다. 재판이 끝난 뒤에는 이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씨 어머니는 “사과를 하려면 3주간 딸아이가 중환자실에 있을 때 병원에 와서 했어야 했다”며 “형량을 줄이기 위한 사과와 합의 제안을 받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코로나19가 끝나고 여행 가자고 했는데 지금은 (아이가)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씨는 지난 7월 25일 오피스텔 로비에서 황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머리 등 신체를 여러 차례 폭행했다. 이씨는 황씨가 주변인들에게 자신과 연인관계라는 것을 알렸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황씨는 병원으로 옮겨진 뒤 3주 동안 혼수상태로 지내다 지난 8월 결국 사망했다.

지난 3일 방송을 통해 공개된 범행 당시 CCTV 영상에는 이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황씨를 끌고 엘리베이터로 1층에서 8층, 다시 로비층으로 이동하는 장면이 담겼다. 검찰도 공소장에서 A씨가 황씨의 오피스텔 1층 출입구 앞 복도에서 목, 머리 등을 10여 차례 밀쳐 유리 벽에 부딪치게 했고, 몸 위에 올라타 황씨를 여러 차례 폭행했다고 적시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