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작가 갤것 ‘부커상’ 수상

입력 2021-11-05 03:06
올해 부커상을 수상한 남아공 작가 데이먼 갤것이 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소설 ‘약속’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소설가 겸 극작가 데이먼 갤것(57)이 소설 ‘약속’(The Promise)으로 영미권의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인 부커상을 수상했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갤것이 부커상 최종 후보 6명 중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보도했다. 남아공 출신 부커상 수상자는 네이딘 고디머, 존 맥스웰 쿠체에 이어 세 번째다.

‘약속’은 갤것이 성장한 도시인 남아공의 행정 수도 프리토리아를 배경으로 한 백인 가정의 연대기를 그리고 있다. 이 가족은 흑인 가정부에게 자신의 집을 주겠다고 했지만 결국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는 게 소설의 주 내용이다. 갤것은 작품에서 장례식 4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자이크 방식으로 묘사하는 독특한 형태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작품은 1980년대 중반부터 아파르트헤이트(흑인차별정책) 종식에 이르기까지 남아공의 굴곡진 현대사를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커상 심사위원장인 마야 자사노프 하버드대 교수는 “아파르트헤이트와 그 후를 살아가는 백인 남아공 가족의 일대기를 아주 훌륭하게 구성된 구조로 꿰뚫고 있어 심사위원단을 놀라게 했다”고 호평했다.

갤것은 세 차례 도전 끝에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앞서 그는 2003년 ‘더 굿 닥터’, 2010년 ‘낯선 방에서’로 두 차례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바 있다. 갤것은 시상식에서 “여기까지 참 오랜 세월이 걸렸다”며 “와보니 내가 오면 안 될 자리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겸손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아직 아프리카에서 전해지지 않은 이야기들, 아직 이야기를 들려주지 못한 작가들, 그리고 아프리카를 대신해 이 상을 받겠다”며 “우리에게 계속 귀를 기울여 달라. 아직 들려줄 것이 많다”고 말했다.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부커상 수상자는 5만 파운드(8000만원)의 상금을 받는다. 수상작은 영미권은 물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직행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소설가 한강은 2016년 ‘채식주의자’로 국제 부문 부커상을 수상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