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컨테이너 교실이 웬말”… 학부모들 근조화환 시위

입력 2021-11-05 04:07
충북 청주 내곡초등학교 모듈식 증축에 항의하는 뜻으로 학부모들이 4일 교문 앞에 세워 놓은 근조화환을 학생들이 바라보고 있다.

이동식 학교 건물인 모듈식(컨테이너식) 증축에 항의하는 근조화환이 충북 청주의 신흥개발지역인 흥덕구 송정동 테크노폴리스에 설치되는 등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4일 오전 청주 내곡초등학교 정문 인근에는 모듈식 증축에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보낸 근조화환 30여개가 놓여있다. 길게 늘어선 근조화환엔 ‘92억 컨테이너가 웬 말이냐’, ‘아이들 안전은 양보할 수 없다’, ‘답 없는 대책에 조의를 표합니다’, ‘백로가 비웃는다’ 등 교육당국의 대책에 항의하는 문구들이 적혀 있었다. 일부 근조화환에는 ‘내곡초 교사 일동’이라는 문구도 있다.

학부모들은 교육청의 사과와 컨테이너 교실의 전면 철회를 요청하고 있다. 일부에선 “학교가 장례식장이냐, 근조화환을 당장 치워라”고 비난했다.

이 학교에 입학 예정인 자녀를 둔 A씨는 “온라인에서 시작된 반대 목소리가 근조화환 시위로 번지게 됐다”며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근조화환을 주문해 설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아이들을 컨테이너의 불안한 환경에 맡기고 싶지 않다”며 “아이들이 어떠한 환경유해물질이 발생 할지 모르는 컨테이너 교실에서 학습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학부모 B씨는 “컨테이너 교실이 필요하다면 아이들이 사용하는 교실이 아니라 교육청 부속시설에도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컨테이너 교실이 웬 말이냐. 아이들은 시험대상으로 삼지 말아야한다”고 지적했다.

모듈러 공법은 공장에서 규격화한 건물을 제작해 학교 현장에서는 조립과 설치작업만 거쳐 이동식(조립식) 건물을 짓는 것을 말한다. 노후 학교의 리모델링과 증·개축시 활용할 수 있는 이동형 교실로 공사기간이 짧아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내곡초의 경우 기존 컨테이너 방식의 임시가설교사가 아닌 건축물 인허가를 받은 정식 건축물로 지어진다. 주요 자재의 80%를 공장에서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 학교는 교실 27칸과 실내체육시설 등이 들어가는 다목적실 2개, 식당 등을 모듈러 공법으로 증축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테크노폴리스의 학교는 공동주택이 입주를 시작한 2019년 3월에 개교한 내곡초가 유일하다. 이 학교는 30개 학급, 전교생 850명으로 출발해 현재 42학급, 1194명으로 늘었다. 이 지역의 학생이 계속 증가해 내년에는 1423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56학급으로 늘릴 계획이다. 학교 인근에 아파트 단지 5곳(3241가구), 단독주택(38가구)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오는 2025년까지 정원은 1600여 명으로 늘 것으로 전망된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르면 2026년 내곡초 주변에 학교가 신설될 경우 모듈러 교실을 철거하거나 이전할 수도 있다”며 “하루빨리 내곡초가 과밀학급이 해소되고 원활한 교육활동이 될 수 있도록 학부모님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청주=글·사진 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