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두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다. 평소에는 그 둘을 ‘형’이라고 부르고 대외적으로는 ‘털인간’과 산다고 말한다. 정말로 털이 북슬북슬한 인간과 다름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아마 고양이나 개와 함께 사는 사람들은 내 말을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순간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인간성’에 마음이 이상해졌던 경험이 모두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이들은 인간과 다른 종이고, 그래서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 나는 함께 사는 두 털인간의 말이 자주 궁금하다. 물론 알아듣는 말도 있기는 하다. 매일 아침 침대로 다가와서 밥을 달라고 애걸복걸하며 나를 깨우는 목소리라든지….
고양이들끼리는 사실 음성언어가 특별히 필요 없다고, 고양이가 내는 야옹 소리는 인간과의 소통을 위해 그들이 구태여 내는 것이라고 말하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 글을 읽고 보니 정말 자기네들끼리 음성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제나 나를 향해서만 다양한 목소리를 낸다. 그것을 알게 되니 답답증은 더 심해질 뿐이다.
생각해보면 고양이의 언어와 개의 언어를 아직도 인간이 파악하지 못했다는 게 좀 이상한 것도 같다. 누군가 똑똑한 분이 연구 개발한 전문 번역기가 얼마든지 나오고도 남을 만큼 현대 기술은 발전한 것이 아니었단 말인가. 왜 인간은 우주에 메시지를 쏘아 보내며, 존재가 확실치도 않은 외계 생명체를 찾고 있단 말인가. 이미 지구에 개와 고양이라는 훌륭한 외계(?) 생명체가 있는데!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형이 날 부르며 다가와 곁에 누웠다. 방금 그는 나를 향해 뭐라고 말한 걸까. ‘뭐해’라고 한 걸까. ‘어이’라고 불렀을까. 설마 ‘엄마’라고 한 건 아니겠지.
다른 건 몰라도 형들의 이 한마디만큼은 꼭 알아듣고 싶다. 그것은 아프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 한마디만큼은 꼭 알아 들어주었으면 한다. 그것은 사랑한다는 말이다.
요조 가수·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