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다, 근데 너무 뜨겁다… 국힘 ‘원팀’ 무산 우려도

입력 2021-11-04 00:02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 DDMC 채널A 상암스튜디오에서 국민의힘 제20대 대선 경선 후보자 제9차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 앞서 윤석열, 원희룡, 홍준표, 유승민(왼쪽부터) 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원 투표율이 3일 61.46%를 기록하면서 흥행이 이어지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경선 이후 ‘원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경선이 과열되면서 상호 비방 수위는 높아졌고 고소전과 지지자 간 폭행 사건까지 발생했다. 경선 후유증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데 대한 공감대는 크지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나 홍준표 의원 모두 경선에서 승리할 경우 진통과 잡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가 점령군 행세를 할 것” “홍준표 의원의 ‘독고다이’ 기질 때문에 당 화합이 힘들 것”이라는 말들이 벌써부터 나도는 이유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5시 기준 당원 선거인단 56만9059명 중 34만9762명이 모바일 투표와 ARS 투표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당원 투표는 4일까지 이어지며, 국민의힘은 5일 당원 투표 50%, 여론조사 50%를 반영해 대선 후보를 확정할 예정이다. 최근 여론조사 지지율을 놓고 보면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이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으며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제주지사 순으로 지지를 얻고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선 후보는 윤 전 총장과 홍 의원 둘 중 한 명이 아니겠느냐”며 “투표 열기가 뜨거워 후보 확정 이후 컨벤션 효과를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당 분위기는 고무돼 있지만 일각에서는 ‘화학적 결합’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홍 의원 측은 윤 전 총장 측이 공천을 미끼로 당원을 ‘줄세우기’하고 있다며 연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30일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익명의 게시물로 윤 전 총장 측의 ‘공천 협박’ 논란이 불거졌다. 홍 의원 측은 이에 “구역질 나는 구태의 화룡점정”이라고 비방했다. 협박 당자사로 언급된 권성동 의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홍 의원 측을 고소했다. 윤 전 총장 지지자들과 유 전 의원 지지자들 간 폭행 사건도 벌어졌다.

당내에서는 정권교체 명분에 공개적으로 반대할 후보는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좋든 싫든 원팀이 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정권교체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이들의 미래에는 정계 은퇴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매머드급’ 캠프를 꾸리고 있는 윤 전 총장이 후보가 될 경우 선대위 내 주도권 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한 의원은 “윤 전 총장 측근 인사들이 다른 인사들의 선대위 입성을 막을 것이라고 걱정하는 의원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영남권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처럼 경선 캠프를 해산하고 선대위를 당 중심으로 새로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강도 높은 네거티브전을 벌였던 윤 전 총장과 유 전 의원은 갈등의 골이 깊을 것”이라며 “결합이 어렵다는 말이 많다”고 전했다. 윤 전 총장 캠프 관계자는 “경쟁했던 후보들을 최대한 낮은 자세로 공손하게 모실 것”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이 후보로 확정될 경우 포용력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한 재선 의원은 “홍 의원은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줘야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재선 의원은 “홍 의원으로 정권교체가 힘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며 “몸값을 높이기 위해 제3지대로 빠져 나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동성 이상헌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