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김웅 “기억 못해… 공수처 이용한 선거개입”

입력 2021-11-04 04:05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고발 사주’ 의혹 사건에서 고발장 전달 통로로 지목된 국민의힘 김웅 의원을 3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손준성 대구고검 검사에 이어 이틀 연속 사건 핵심인물들이 공수처로 불려갔다. 다만 두 사람 모두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어 ‘윗선’으로 수사가 뻗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 의원은 오전 10시쯤 공수처에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손 검사가 2일 공수처 관용차량을 타고 비공개로 출석한 것과 달리 그는 포토라인에 서서 입장을 밝혔다. “(고발장을 전달한) 제보자와 제보 경위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하긴 했다.

공수처는 김 의원에게 제보자 조성은씨와 통화한 녹취록, 손 검사와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 등을 제시하며 전후상황을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문제의 고발장이 전달된 지난해 4월 3일 조씨와의 통화 녹취록에 등장하는 ‘저희’를 검찰로 의심한다. 당시 김 의원은 “(고발장) 초안을 아마 ‘저희’가 일단 만들어서 보내드리겠다”고 말했다.

다만 김 의원은 출석하면서 “녹취에 ‘대검에 얘기해놓겠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대검에서 (고발장을) 받은 거면 그런 말을 왜 하겠느냐”며 선을 그었다. 이어 박지원 국정원장이 연루된 ‘제보 사주 의혹’ 수사를 촉구했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처럼 공수처를 이용한 선거개입”이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공수처 입장에선 김 의원, 손 검사가 수사에 협조적이지 않아 윗선을 수사하기 위해선 추가 증거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김 의원은 녹취록과 메시지 등은 검찰이 고발장 작성에 개입한 직접 증거가 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녹취록에 윤 전 총장이 언급된 데 대해서는 “(윤 전 총장이) 지시하거나 협의했다고 볼만한 내용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손 검사도 전날 김 의원에게 고발장을 전달한 기억이 없고 업무상 SNS를 통해 고발장을 받는 일이 많은데 이를 반송한 후 최종적으로 조씨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지난달 14일 윤 전 총장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패소한 판결문을 참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윤 전 총장 지시에 따라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재판부 분석 문건이 작성됐다”고 인정했다. 공수처는 이 사건에도 당시 대검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수처는 한동훈 검사장, 권순정 전 대검 대변인 등도 대면조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