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고발 사주’ 의혹 사건에서 고발장 전달 통로로 지목된 국민의힘 김웅 의원을 3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손준성 대구고검 검사에 이어 이틀 연속 사건 핵심인물들이 공수처로 불려갔다. 다만 두 사람 모두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어 ‘윗선’으로 수사가 뻗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 의원은 오전 10시쯤 공수처에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손 검사가 2일 공수처 관용차량을 타고 비공개로 출석한 것과 달리 그는 포토라인에 서서 입장을 밝혔다. “(고발장을 전달한) 제보자와 제보 경위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하긴 했다.
공수처는 김 의원에게 제보자 조성은씨와 통화한 녹취록, 손 검사와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 등을 제시하며 전후상황을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문제의 고발장이 전달된 지난해 4월 3일 조씨와의 통화 녹취록에 등장하는 ‘저희’를 검찰로 의심한다. 당시 김 의원은 “(고발장) 초안을 아마 ‘저희’가 일단 만들어서 보내드리겠다”고 말했다.
다만 김 의원은 출석하면서 “녹취에 ‘대검에 얘기해놓겠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대검에서 (고발장을) 받은 거면 그런 말을 왜 하겠느냐”며 선을 그었다. 이어 박지원 국정원장이 연루된 ‘제보 사주 의혹’ 수사를 촉구했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처럼 공수처를 이용한 선거개입”이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공수처 입장에선 김 의원, 손 검사가 수사에 협조적이지 않아 윗선을 수사하기 위해선 추가 증거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김 의원은 녹취록과 메시지 등은 검찰이 고발장 작성에 개입한 직접 증거가 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녹취록에 윤 전 총장이 언급된 데 대해서는 “(윤 전 총장이) 지시하거나 협의했다고 볼만한 내용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손 검사도 전날 김 의원에게 고발장을 전달한 기억이 없고 업무상 SNS를 통해 고발장을 받는 일이 많은데 이를 반송한 후 최종적으로 조씨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지난달 14일 윤 전 총장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패소한 판결문을 참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윤 전 총장 지시에 따라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재판부 분석 문건이 작성됐다”고 인정했다. 공수처는 이 사건에도 당시 대검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수처는 한동훈 검사장, 권순정 전 대검 대변인 등도 대면조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