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재난지원금 적극 추진”… 김부겸은“재정 여력 없다”

입력 2021-11-04 04:02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일 국회에서 선거대책위원회 첫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정부가 3일 추가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 여부를 놓고 충돌했다.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후보는 ‘재난지원금을 반드시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정부는 “여력이 없다”고 맞서는 형국이다.

이 후보는 3일 국회에서 주재한 선대위 첫 회의에서 추가 재난지원금 적극 추진을 당과 원내 지도부에 공식 요청했다.

이 후보는 “코로나19로 직접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간접적으로 광범위한 피해를 본 국민의 민생을 보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상공인 손실보상액 최저한도 증액과 (손실보상에서) 제외된 사람들에 대한 대안 그리고 경제도 활성화할 수 있는 재난지원금 추가지급 문제도 적극 추진해주시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9일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 추진을 공식화한 이후 그 필요성을 매일 역설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회의에서 재정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길게 설명했다.

이 후보는 “대한민국의 가계부채 비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은 국민이 빚을 많이 냈기 때문이 아니라 국가의 가계 지원이 세계에서 가장 적은 정책적 환경 때문”이라며 “가계를 보듬는데 국가부채비율은 크게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가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빚을 늘리자는 뜻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는 물러설 기색이 전혀 없어 보인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재 재정은 여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제7차 콘텐츠산업진흥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총리는 “후보가 정치적 공약을 한 것에 대해 제가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면서도 “금년 예산이 두 달이면 끝나는데 거기에는 더 이상 여력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내년 예산을 심사하면서 또 추경을 (편성)하지는 않지 않겠느냐”며 “정부 입장에서는 오히려 그것(추가 재난지원금)보다는 어떻게든 손실보상에서 제외된 분들을 돕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여당 대선 후보와 행정부 이인자가 복지 정책을 놓고 충돌하면서 당 안팎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선대위 고위 관계자는 “여당 후보가 자신이 추진하는 정책을 놓고 야당이나 여당 내부에서 논쟁을 벌이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지만 현 정부와 충돌하는 것은 상황이 다르다”면서 “신구(新舊) 세력 갈등으로 비치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정부의 태도를 이해한다면서도 재난지원금 추진은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는 경기 부천시의 만화박물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예산이란 남아서 하는 경우는 없고, 언제나 부족하지만 선후경중을 결정하는 것이 예산정책”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기재부가 반대할 것은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라며 “우리로서는 정부를 설득하며 계속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