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를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3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가진 아데르 야노쉬 헝가리 대통령은 “원전 에너지 사용 없이는 탄소중립이 불가하다는 것이 양국의 공동 의향”이라고 밝혔다. 아데르 대통령이 임기 내내 탈원전 정책을 강조한 문 대통령의 기조와 정반대 발언을 하면서 진위 여부를 두고 혼선이 빚어졌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회담에서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50년까지 기존 원전은 운영되지만 신규 원전은 건설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해명했다. 문 대통령이 탈원전 기조를 바꾼 게 아니고, 일단 가동 중인 원전은 그대로 둔다는 뜻으로 한 발언이 와전됐다는 것이다.
아데르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후 이어진 공동언론발표에서 “한국과 헝가리 모두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약속했다”며 문 대통령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원전의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강조했다.
아데르 대통령은 또 “원전 외에 한국은 풍력, 헝가리는 태양력 에너지 기반의 재생에너지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함께할 것을 얘기했다”고 말했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석탄화력발전 비중을 줄여야 하고, 이로 인한 에너지 공백을 막기 위해 양국이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병행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부터 신규원전 건설 백지화와 노후원전 수명연장 불허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취임 이후에는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선언하며 1970년대 이래 40여년간 이어졌던 원전 중심 에너지 정책의 전면 폐기를 공식화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기로 했다. 아데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문 대통령의 탈원전 철학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 논란을 빚었다.
청와대는 곧바로 수습에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회담에서 설계 수명이 종료된 원전을 폐쇄하고 태양광과 풍력, 해상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와 수소에너지의 비중을 높임으로써 탄소중립을 이뤄나가고자 한다고 발언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상회담이 끝나면 통상 양국이 발표문이나 발표 내용을 조율하는데 그 과정에서 해당 부분이 걸러지지 않은 것에 대한 의문점은 남는다.
한편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헝가리 간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헝가리와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4개국으로 구성된 지역협의체 비셰그라드 그룹(V4)의 주요 기업들이 참여한 비즈니스 포럼 연설에서 전기차 배터리, 신산업, 인프라 등 세 가지 분야 협력을 강화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국빈방문 첫 일정으로 2019년 다뉴브강 유람선 참사 희생자 추모 공간을 찾아 애도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한국 대통령의 헝가리 국빈 방문은 2001년 김대중 대통령 이후 20년 만이다.
부다페스트=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