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 몰린 페이스북 “얼굴인식 시스템 폐지”

입력 2021-11-04 04:08
AFP연합뉴스

내부고발자 폭로 등으로 궁지에 몰린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이 얼굴 인식 시스템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는 페이스북이 이달 중 10억명이 넘는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얼굴 스캔 데이터(템플릿)를 삭제하고 얼굴 인식 시스템의 가동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페이스북에 따르면 얼굴 인식 기능을 켜놓은 이용자는 전체 이용자의 3분의 1이 넘는다.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는 “얼굴 인식 기술의 사회 내 위상과 관련한 많은 우려 때문에 신중한 고려 끝에 이를 없애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메타의 인공지능(AI) 부사장 제롬 페센티는 “모든 신기술은 혜택과 우려의 잠재력을 모두 안고 온다. 우리는 올바른 균형을 찾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조치로 시각장애인에게 사진을 설명해주는 소프트웨어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대해 NYT는 “프라이버시에 대한 우려, 정부의 조사, 집단소송, 규제 당국의 우려 등을 부채질해 온 기능을 사실상 없애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은 2010년 12월 이용자의 앨범 내 사진·동영상 속 인물을 자동으로 인식하는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를 도입했다. 이용자가 사진을 포스팅할 때 사진 속에 이렇게 인식된 친구·가족이 있으면 이들을 ‘태그’하라는 추천이 뜨는 방식이다.

하지만 얼굴 인식 기술은 줄곧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정부나 경찰, 기업체 등에서 사찰이나 수사, 개인신상 추적 등에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였다.

페이스북은 이 기술을 플랫폼 내에서만 써왔고 제3자에게 팔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프라이버시 옹호론자들은 이에 대해 계속 의구심을 제기해 왔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주민의 생체정보를 이용하려면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주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집단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앞서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은 이미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의 판매를 보류하거나 중단한 바 있다.

페이스북은 최근 내부고발자의 폭로와 뒤이은 정치권, 언론의 비판 공세로 궁지에 몰리고 있다. 이날도 페이스북에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가짜뉴스가 넘쳐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런던에 본부를 둔 디지털혐오대응센터(CCDH)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CCDH는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가짜뉴스의 69%가 미국의 극우 또는 보수 성향 매체들과 러시아 국영 미디어 등 10곳에서 생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페이스북은 “잘못된 통계”라고 반박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