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한국 기업을 위협하는 건 무엇일까. 에너지·원자재 가격, 물류비용, 탄소배출권 가격, 금리라는 5개 바람이 기업 경영을 흔든다는 전망이 나왔다.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한 5가지 지표의 상승세가 내년까지 기업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는 분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국제유가 및 천연가스 가격이 내년 1분기 최고가에 도달한다는 전망이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3일 밝혔다. 내년 1분기 서부텍사스산원유(WTI)를 기준으로 유가 전망치 평균값은 배럴당 92.71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올해 초(1월 4일 배럴당 47.62달러)와 비교해 94.7%나 뛴 가격이다. 천연가스 가격도 올해 초 2.58달러(MMbtu당)에서 내년 1분기 6.31달러로 약 2.5배 상승한다고 예측됐다. 리서치센터장들은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내년 1분기 이후에 하락 흐름을 보이겠지만, 올해 초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무르면서 경영에 부담을 준다고 판단했다.
수급 불균형 등으로 최근 상승세를 보이는 국제 원자재 가격도 내년까지 위세를 떨칠 것으로 관측됐다. 원자재들의 가격 동향을 표시할 때 대표격인 구리는 올해 초(1월 4일) t당 7919달러에서 내년 상반기 47.3% 오른 1만1663달러까지 상승하고, 알루미늄은 t당 1922달러에서 68.5% 오른 3238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해운 물류비라고 다르지 않다. 올해 4분기에 정점을 찍은 해운 물류비는 내년에 하락세로 돌아서겠지만, 올해 대비 높은 가격대를 유지할 것으로 분석됐다. 해상 운송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올해 1월 2870포인트에서 4분기에 4773포인트로 66.3%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벌크선 운임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도 올해 초(1347포인트)보다 298.7% 상승한 5371포인트에 이를 전망이다. 내년 하반기 두 운임지수의 전망치는 올해 초보다 각각 20.3%, 185.8% 이상 높을 것으로 예측됐다.
여기에다 환경규제에 따른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이라는 변수도 등장했다.
리서치센터장들은 탄소배출권(KAU21, 2021년 할당 배출권)의 가격이 올해 초 t당 2만3000원에서 내년 하반기 3만6438원까지 뛴다고 내다봤다. 탄소배출권 가격은 지난 6월 최저점(1만1550원)을 찍은 뒤 지난달 29일 3만400원으로 163.2%나 치솟았다.
또한 응답자의 과반은 금리에 주목했다. 기준금리가 내년 연말까지 1.50%에 이른다고 관측했다.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0.75%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내년 말까지 0.25% 수준을 유지한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최근 미국 중국 경기가 둔화되는 가운데 에너지, 원자재, 물류비, 탄소배출권, 금리 상승 등으로 기업의 경영환경이 나빠지고 있다. 중소기업일수록 에너지·원자재 가격과 물류비에 크게 영향 받기 때문에 정부가 유류세 인하 등의 적절한 지원책을 통해 기업 고통을 완화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