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분 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에 재산 증여가 끝났다면 상속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제시됐다. 유류분은 고인(피상속인)의 의사와 관계 없이 모든 상속인에게 보장되는 법정상속분의 일정 비율을 의미한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씨의 딸 4명이 A씨의 아들 2명, 손자 4명을 상대로 낸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2016년 세상을 떠난 A씨는 7남매 중 딸 4명을 빼고 장남과 장손 등에게만 경기도 시흥시 괴림동 토지를 포함한 재산을 남겼다. 유산을 받지 못한 딸들은 민법상 유류분이 있음을 주장하며 각자의 몫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A씨가 슬하에 7명의 자녀를 뒀기 때문에 법정 상속분은 7분의 1, 유류분은 14분의 1이었다. 자녀(직계비속)와 배우자의 유류분 비율은 법정 상속분의 2분의 1이다. 소송에서는 유류분을 따질 기초재산 총액이 과연 얼마인지가 쟁점이 됐다. 1심에서는 아들과 손자들의 수증재산을 합쳐 이 액수가 84억여원으로 계산됐다. 딸들의 항소를 거친 2심에서는 이 액수가 129억여원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유류분도 증가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의 기초재산 계산에 문제가 있었다며 기초재산을 다시 산정하라고 판결했다. 장남이 물려받은 재산 중 시흥 땅(약 11억4000만원)은 유류분 제도를 도입한 민법 개정(1977년 12월 31일) 이전인 1962년 4월 부동산 증여 절차가 마무리됐다는 지적이었다. 대법원은 “피상속인이 1977년 개정된 민법의 시행 이후 사망해 상속이 개시되더라도 소급해 증여재산이 유류분 제도에 의한 반환청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