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 전망과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이 맞물리면서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무섭게 뛰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두달 여만에 최대 1% 포인트 넘게 올라 5%대 중반을 기록하고 있다. 3주 뒤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결정되면 ‘금리 연 6%’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이달 초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연 3.310~4.814%를 기록했다. 8월 말과 비교해 두 달 만에 상·하단이 각각 0.624% 포인트, 0.690% 포인트 상승했다. 주담대 혼합형(고정형)의 경우 연 2.920~4.420%였던 금리가 연 3.970~5.377%로 최대 5%대 초중반까지 치솟았다. 상·하단이 각각 0.957% 포인트, 1.050% 포인트 급등한 것이다.
인플레이션 우려와 기준금리 인상 등 금리 상승 요인이 있긴 했지만 이것만으로는 급격한 대출금리 상승이 설명되지는 않는다. 한은이 지난 8월 올린 기준금리는 0.25% 포인트에 불과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담대 고정금리 기준으로 주로 사용되는 은행채 5년물은 지난 2개월간 연 1.891%에서 연 2.656%로 0.765% 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고, 신용대출 지표금리인 은행채 1년물도 상승 폭이 0.490% 포인트에 불과했다.
반면 주담대 금리는 기준금리나 지표금리 인상 폭을 훨씬 뛰어넘는 1%포인트 이상의 상승 폭(상단 기준)을 보였다. 이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은행에 ‘대출제한령’을 내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조치의 여파로 은행들은 대출 수요를 꺾기 위해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를 폐지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오는 25일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인상한다면 주담대 금리는 더욱 치솟을 전망이다. 정부의 대출 옥죄기 기조가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상을 부추긴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6일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을 발표하며 ‘상환 능력에 맞는 대출’ 기조를 확실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대출 수요자들이 원금과 이자를 분할상환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하지만 금리가 가파르게 뛰어 이자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원금까지 함께 상환할 여력이 있는 대출 수요자가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한은은 금리가 1% 포인트 오를 경우 가계대출 수요자의 이자 부담이 12조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전체 전세거래 88만1238건 중 분할상환 건수는 792건(0.09%)에 불과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분할상환 방식으로 주담대를 받게 되면 매월 원리금 상환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에 현금부자나 고소득자가 아니라면 내 집 마련에 타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