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선 공약 아이디어 발굴을 지시한 혐의로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을 수사 의뢰했다. 여성가족부도 여당 공약 개발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선관위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정치 중립을 금과옥조로 삼아야 할 관가에서 잇따라 선거 관련 잡음이 나오는 일은 매우 유감스럽다. 철저한 조사와 함께 엄정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박 차관은 여야 당내 대선 경선이 진행 중이던 지난 8월 말 산업부 직원들을 모아놓고 대선 캠프가 완성되고 나면 늦으니 공약으로 삼을 만한 어젠다를 제출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가 불거지자 산업부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중장기 정책 아이디어 회의였다”고 설명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질책했다.
여가부도 7월 29일 차관 주재 과장급 회의 이후 여당의 대선 공약 개발을 지원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공개한 여가부 내부 이메일에는 “공약 관련으로 검토한 내용이 일절 나가지 않도록 하며 중장기 정책 과제로 용어를 통일하라”는 문구까지 나타나 있다. 문제 소지를 알면서도 용의주도하게 여당 선거를 지원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여가부는 여당이 공약 개발에 쓸 자료를 요청해 참고용 자료를 제출한 것일 뿐 공약 개발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앞뒤 논리가 맞지 않는 황당한 해명이다. 박 차관 사건을 수사하는 대전지검은 관련 회의가 열리게 된 배경, 지시가 내려간 과정 등을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다. 여가부 문제도 자료 요청에서 자료 전달까지 경위와 건네진 자료의 성격 등에 대해 엄중한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
민생에 주력해야 할 행정부가 선거에 휩쓸리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선거 절차의 정통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국민의 선택권을 방해하는 국기 문란 행위다. 선거 개입의 대가로 자리보전이나 발탁 인사 등의 사적 이익을 추구한다면 공무원 자격이 없다. 행정부 스스로 시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기강을 다잡아야 한다. 선관위나 수사 당국은 관권 개입 의혹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시비를 가려 일벌백계해야 할 것이다.
[사설] 잇단 관권선거 잡음, 엄정 수사와 일벌백계 필요하다
입력 2021-11-04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