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트럼프… 공화당, 12년 만에 민주 ‘텃밭’ 버지니아주 탈환

입력 2021-11-04 04:02
미국 버지니아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한 글렌 영킨 공화당 후보가 3일(현지시간) 챈틀리의 한 호텔에서 열린 당선 축하파티에서 지지자들에게 감사함을 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집권 민주당이 12년 만에 정치적 아성인 버지니아주를 공화당에 빼앗겼다. 2일(현지시간) 치러진 버지니아주의 주지사, 부지사, 검찰총장, 의회 선거에서 모두 패배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은 이번 선거 패배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총체적 정책 실패 때문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세웠던 ‘아메리카 퍼스트’ 트럼피즘(트럼프주의)이 여전히 미국 백인 유권자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NYT, WP 등 미 언론은 버지니아주지사 선거에서 글렌 영킨(54) 공화당 후보가 테리 매콜리프(64) 전 주지사를 따돌렸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언론들은 오전 3시25분 현재 개표가 100% 완료된 상황에서 영킨 후보가 50.7%의 득표율로 매콜리프 후보(48.6%)를 누르고 당선이 확정됐다고 전했다.

주지사 선거와 함께 동시에 치러진 부지사와 주 검찰총장, 주의회 선거에서도 공화당은 압승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모습. 이번 선거 결과로 조 바이든 대통령은 큰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치적 존재감을 재확인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AFP연합뉴스

이번 선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 영킨 후보 지지유세에 나서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거물급 민주당 정치인이 총동원됐을 정도로 민주·공화 양당의 총력전이었다. 그런 만큼 바이든 행정부로선 엄청난 정치적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버지니아주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집권한 2009년 이래 모든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대표적인 ‘블루 스테이트’였다. 1년 전 대선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10% 포인트 이상 따돌렸다.

NYT는 “이번 선거 패배로 민주당은 내년 중간선거마저 잃을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공화당이 어떻게 바이든 행정부의 취약점을 공략하면 되는지를 잘 보여준 선거였다”고 평가했다.

NYT에 따르면 영킨 후보는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정책 드라이브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파고들었다. 고유가발 에너지대란, 인플레이션으로 유권자들의 체감 물가마저 치솟자 이 모두를 ‘바이든의 무능’으로 돌렸다는 것이다. 신문은 “여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를 교묘하게 섞으면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을 이기는 ‘공식(formula)’이 완성된다”고 전했다.

WP도 “영킨은 한때 ‘젊은 트럼프’란 별명으로 불렸지만 정치성향은 트럼피즘과 거리가 있는 인물”이라면서 “트럼프와 등을 지지 않고 적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무능을 집중 부각시킨 전략이 온건 공화당 지지층뿐 아니라 중도성향 민주당 유권자들의 표까지 얻었다”고 분석했다.

뉴욕 월가의 칼라일투자사 CEO 출신인 영킨 후보는 전미대학리그(NCAA) 농구선수 출신으로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나온 정치 신인이다. 반면 매콜리프는 2014~2018년 버지니아주지사를 지낸 정치인으로 유세과정에서도 평소 친분이 두터운 오바마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 거물을 내세웠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