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고 안전한 교회로 거듭나려면… 성공회, 가이드라인 발표

입력 2021-11-04 03:02
이경호(오른쪽) 대한성공회 의장주교가 3일 서울 중구 성공회주교좌교회에서 ‘안전한 교회 가이드라인’ 출간 관련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신석현 인턴기자

괴롭힘, 은폐, 사이버 폭력, 정서적 학대, 희롱, 방임, 신체적 폭력, 성폭력, 영적 학대 등의 폭력 행위는 가정 학교 직장에선 물론 교회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아동, 청소년, 취약한 성인이 주로 피해자가 되기에 이들 피해자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코로나19 이후 더욱 강조되고 있는 안전하고 건강한 교회 공동체를 위해 대한성공회가 ‘안전한 교회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대한성공회는 3일 서울 중구 성공회주교좌교회 세례요한채플에서 ‘안전한 교회 가이드라인’ 출판기념 예배를 드리며 주교원 명의의 ‘안전한 교회를 위한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경호 대한성공회 의장주교는 “주님은 힘없는 사람들, 병든 사람들, 사회 속에서 차별과 편견에 처한 사람들, 특히 약자들을 세우시는 분”이라며 “세계성공회가 준비한 안전한 교회 가이드라인을 한국어로 번역하고 우리 안에 잘 적용되도록 지침을 발표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 의장주교는 “교회가 끊임없이 묻고 또 질문해야 할 것은 세 가지”라며 “어떻게 하면 더 건강하고 안전한 교회를 만들까,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며 사회에서 신뢰와 존경을 받는 교회가 될까, 기후위기와 환경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미래세대를 위해 교회가 어떤 책임을 다할 것인가란 질문들”이라고 강조했다.

소책자 형식의 안전한 교회 가이드라인은 대한성공회 양성평등위원회의 번역으로 제작됐다. 첫 장은 교회 공동체의 피해자를 위한 돌봄부터 담았다. 책자를 소개한 양성평등위 부위원장 이쁜이 사제는 “교회 안에서 피해자는 종종 가해자를 용서하란 압박을 받는데, 가해자의 구체적 고백과 뉘우침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이 같은 압력을 받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책은 폭력 행위 신고에 따른 교회 공동체의 조치 사항, 교회 내 권력 불균형이 폭력 행위의 배경이 됨을 인식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강제할 것, 성직자들의 경우 더 엄격한 징계가 병행돼야 하고 성직 후보자에 대한 사전 정보 취합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이드라인과 별도로 주교원 명의의 안전한 교회 선언문도 발표됐다. 서울대교구를 맡는 이 의장주교, 대전교구의 유낙준 주교, 부산교구의 박동신 주교가 함께 서명했다. 선언문은 “과거 공동체 내 폭력과 차별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돌보지 못한 것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교단의 모든 지역교회와 기관들이 안전한 교회로 거듭나도록 노력한다”고 밝혔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