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현 기자의 한국교회 설명서] 삶의 해답까지 건네는 ‘영적 사령관’

입력 2021-11-05 17:48
손문수 동탄순복음교회 목사가 지난달 3일 경기도 오산 교회 내 기도실에서 성도들의 이름을 불러가며 중보기도를 하고 있다. 손 목사는 이곳에서 5시간 넘게 기도하면서 목회 방향을 잡고 설교 준비도 한다. 국민일보DB

목회는 하나님의 성역입니다. 초자연적인 신적 개입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에 따라 성패가 좌우됩니다. 그렇다고 절대자가 목회자를 로봇 다루듯 조종하는 것은 아닙니다. 목회자의 자유의지, 책임도 큰 몫을 합니다.

전국 교회를 취재하다 보면 목회가 잘되는 분들을 만납니다. ‘되는’ 목회를 하시는 분들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목회자 자신이 먼저 예배의 불을 받아 성령충만했습니다. 복음의 열정이 있기에 3시간 넘게 기도하고 자신만의 제자양육 노하우가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손문수 동탄순복음교회 목사님입니다. 손 목사님은 부교역자 시절부터 주일 저녁 예배가 끝나면 청계산 기도 자리로 향했다고 합니다. 8권짜리 핵심 진리 양육교재를 만들어 복음을 단순화하고 지속·반복적으로 훈련하고 있었습니다. 목양실 2m 앞에 기도실이 있는데, 맨 앞자리에 앉아 설교준비도 하고 5시간 이상 기도합니다.

코로나 시대 성도들이 바라는 목회자 상은 이런 것 아니겠습니까. 교회에서 늘 기도 자리를 지키는 목사님, 도덕적 설교로 뻔한 ‘정답’만 나열하지 않고 삶의 ‘해답’까지 제시하는 ‘우리 목사님’ 말입니다. 사람 눈치 보지 않고 하나님 눈치만 보는 성령충만한 목회자 말입니다.

안타깝게도 취재 현장에서 만난 다수의 목회자는 다른 자세를 갖고 있었습니다. 수도권 목회를 바라보거나 좀 더 큰 교회로 가기 위해 애쓰고 있었습니다. 사역의 ‘열매’도 없이 언젠가 수도권 교회로, 큰 교회로 갈 것이라 ‘정신승리’ 하고 있었습니다. 인사권자인 하나님이 생각도 없으신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것입니다.

어쩌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영권이 없다 보니 성도의 변화가 없습니다. 성도의 변화가 없다 보니 목회 재미가 없고 흥미를 교단정치나 취미생활에서 찾습니다. 자연스레 본인도, 가족도, 성도도 영적으로 메말라 갑니다.

성결교단의 모 목회자 이야기입니다. 지방에서 교회를 담임하던 이분은 해외 유학파도, 박사 학위 소지자도 아니었습니다. 지방 신학교를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분은 맡겨진 양을 최선을 다해 섬겼고 강력한 성령사역을 펼쳤습니다. 목회 열매가 주렁주렁 맺혔습니다. 이 소문은 금세 서울까지 났습니다. 몇 년 후 교단에서 손꼽는 서울의 대형교회에서 담임목사 자리가 났고 곧바로 그분을 청빙했습니다.

코로나로 교회가 위기라고 합니다. 떠난 성도들을 다시 데려오려면 다양한 온라인 사역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일종의 ‘테크닉’에 불과합니다. 현장예배로 가는 징검다리이지 본질적 사역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떠난 성도를 다시 데려오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세상 지식입니까, 인간관계입니까. 온라인 테크닉입니까, 아니면 높은 윤리입니까. 그 정도의 세상 지식과 인간관계, 테크닉, 윤리, 교양은 성도들도 이미 갖추고 있습니다.

그들이 정말 원하는 것은 영적 우울증의 시대 가슴을 뻥 뚫리게 하는 돌파의 야성입니다. ‘설마 저런 것까지…영적 야전 사령관 같은 우리 목사님은 확실히 달라.’ 무릎 ‘탁’ 치게 하는 그런 목회자 말입니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서울 더크로스처치는 기도훈련학교와 선두주자학교를, 파주 순복음삼마교회는 약속의 땅 삼마 온·오프라인 기도회를, 대전 오메가교회는 바이블 칼리지를 쉴 새 없이 돌렸습니다. 목회자가 1년 내내 기도회를 인도할 수 있을 정도로 영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조용기 목사님은 생전에 “가장 매력적인 목회자는 성령충만한 목회자”라고 조언했습니다. 목회자의 진짜 매력은 세상 지식이나 입담, 외모, 인간관계가 아니라 성령충만에서 나온다는 말입니다.

목회자에게 성령충만이 없으면 교회는 냉랭해집니다. 성도들의 심령은 메마르고 교회는 공동묘지가 됩니다. 어디서 가져온 프로그램 하나 적용해 봤자 공동묘지가 납골당으로 바뀔 뿐입니다.

오늘도 성도들은 삶의 현장에서 하루 8시간 이상 피 터지게 영적 전투를 벌입니다. 그렇다면 목회자도 최소 8시간 이상 산기도, 금식기도, 철야기도로 매달리고 말씀 연구에 매진해 자신만의 ‘무기’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수도권, 큰 교회 그만 바라보고 말입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