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에게 새생명 선물하고 하늘로 간 다섯 살 천사

입력 2021-11-03 04:08
연합뉴스

불의의 사고로 2년간 투병하다 뇌사에 빠진 다섯 살 아이가 장기를 기증해 또래 3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다. 암 투병하던 아이 엄마마저 6개월 전 먼저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28일 서울대병원에서 전소율(5·사진)양이 심장과 좌우 신장을 기증해 장기 이식을 고대하던 3명의 아이에게 성공적으로 이식됐다고 2일 밝혔다.

소율이는 2019년 키즈 카페에서 놀다가 물에 빠지는 사고를 당해 뇌가 제 기능을 못하게 돼 이후 집에서 투병생활을 이어왔다. 코를 통해 음식물을 투입해야만 했던 소율이는 기능 개선을 위해 위로 직접 튜브를 연결하는 위루관 수술을 계획 중이었다. 하지만 미처 수술을 받기도 전에 갑자기 심정지가 왔고 뇌 기능이 멈추면서 뇌사로 판정됐다.

소율이는 놀이터에 가면 2~3시간을 뛰어 놀 정도로 활동적이었고 특히 그네를 타면서 까르르 웃던 명랑한 아이였다. 영상으로 본 발레리나를 곧잘 흉내내던 소율이를 보며 나중에 발레리나로 키우자고 했다고 한다.

어린 딸이 아픈 것도 힘겨운 일인데, 아빠 전기섭(43)씨에게는 더 큰 시련이 있었다. 6개월 전 소율이 엄마가 암 투병 끝에 그만 세상을 뜬 것이다. 전씨는 홀로 24시간 소율이를 간호하면서도, 중증장애아 국가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다. 그나마 서울대병원의 가정방문 재활치료팀의 지원을 받은 게 전부였다.

다행히도 전씨가 근무하던 회사 대표가 이런 사실을 알고 배려해 준 덕분에 직장을 잃지 않고 일하면서 소율이를 돌볼 수 있었다고 한다.

전씨는 “소율이의 심장을 이식받은 아이가 살아있는 동안은 소율이 심장도 살아 있는 것이라 생각하니 많은 위안이 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