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엔 9일, 100년 전엔 26일… 가을, 점점 늦네

입력 2021-11-03 04:03

올해 가을의 시작일이 지난 10년의 평균과 비교해 9일이나 늦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00년 전에 비하면 무려 한 달 가까이 늦은 ‘지각 가을’이었다.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가을철 온난화’가 심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일 국민일보가 국가기후데이터센터의 ‘국내 주요 도시별 계절 시작일’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서울의 공식적인 가을은 10월 8일에 시작했다. 2011~2019년에는 평균적으로 9월 29일 가을이 시작됐는데, 올가을은 9일 뒤로 밀린 것이다. 특히 올해 강릉은 10월 8일에 가을이 시작된 것으로 관측돼 지난 10년 평균(9월 20일)과 비교해 18일이나 늦은 가을로 기록됐다.

기상청의 ‘계절 시작일 정의’에 따르면 가을의 시작일은 ‘일평균 기온이 섭씨 20도 미만으로 내려간 후 기온이 다시 상승하지 않는 첫날’을 의미한다. 일평균 기온이 20도 미만을 기록하는 서늘한 날씨가 이어지다가도 이후에 다시 일평균 기온이 20도 이상으로 오르는 날이 나오면 가을이 시작되지 않은 것으로 기상청은 판단한다.

100년 전과 비교하면 지각 가을 경향은 더욱 뚜렷하게 확인된다. 1912~1920년 서울 가을의 시작일은 평균 9월 12일로, 올해에 비해 한 달 가까운 26일 앞섰다.

여름이 길어지고 가을이 늦게 찾아오는 이유는 지구 온난화 영향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1990년대만 해도 지구 온난화가 겨울 기온 상승으로 드러났다면 최근 들어서는 전 지구적으로 일명 ‘가을철 온난화’가 심화되면서 10월 전후의 높은 기온이 지구 온난화를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상청에 따르면 전국 유명산 21곳에는 지난달 29일 기준 모두 단풍이 들었다. 기온이 일 최저기온 5도 아래로 내려갈 때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데, 여름이 길어지며 단풍도 늦게 시작됐다. 설악산은 지난 9월 30일 단풍이 시작돼 평년(9월 28일)보다 이틀 늦었고, 지리산 단풍은 평년보다 보름 늦은 10월 26일 시작됐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