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빼든 오세훈… ‘박원순의 노들섬’ 사업자 경찰에 고발

입력 2021-11-03 04:05
오세훈 서울시장이 2일 서울형 공유어린이집 중 하나인 영등포구 늘해랑 어린이집을 방문해 어린이가 탄 장난감 차를 밀어주고 있다. 권현구 기자

서울시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 중 하나인 노들섬 복합문화공간의 운영진을 민간위탁 사업비 횡령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박원순 지우기’ 예산안을 시의회에 제출한 지 불과 하루만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의 반대로 예산안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시민사회계의 부도덕성을 부각시키려는 여론전에 돌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노들섬 복합문화공간 조성 및 운영실태 감사 결과 운영진이 민간위탁사업비 약 56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위탁 운영진인 어반트랜스포머 컨소시엄 관계자들을 지난달 13일 경찰에 고발했다고 2일 밝혔다.

민간위탁사업비는 관련 규정에 따라 회계연도 종료 후 잔액을 서울시에 반납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8월30일부터 지난달 8일까지 진행된 감사에서 서울시는 이들 운영진이 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해 지출한 뒤 대금을 다시 돌려받는 수법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또 조성된 비자금을 활용하기 위해 제3자와 용역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시의 승인 없이 이면계약을 체결한 후 비자금을 주고받는 등 자금 세탁 정황도 발견했다. 서울시는 비자금 조성 경위와 용처 등을 추가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위탁자가 사업비를 횡령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한강대교를 지탱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섬인 노들섬은 과거 오 시장 재임 당시 오페라하우스를 추진했던 곳이다. 2005년 이명박 전 시장이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벤치마킹하겠다며 세운 계획을 이어받아 한강예술섬 구상을 짰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 등의 문제로 서울시의회와 충돌하다 장기표류했고, 박 전 시장 취임 후 전면 백지화됐다. 2019년 9월 현재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됐다.

시는 또 박 전 시장 당시 시행된 베란다형 태양광 보급 사업에 참여한 일부 업체도 감사 결과 불법 하도급 등의 혐의가 발견돼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이들 업체는 시 위탁 사업 일부를 불법적으로 다른 하도급 업체에 맡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계열 서울시 감사위원회 감사담당관은 “앞으로도 민간위탁이나 보조사업자가 사업비를 횡령하는 등 위법사항이 발견될 경우, 수사기관 고발 등 단호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며 “향후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지도·감독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형사 고발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 바로 세우기’ 작업의 하나로 민간위탁 사업자 등에 대한 일제 감사에 착수한 뒤 이뤄진 첫 번째 조치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입장문을 내고 “서울시 곳간이 시민단체 전용 자동입출금기(ATM)가 됐다”고 밝힌 뒤 민간위탁·보조금 사업에 대한 전방위적인 감사에 착수했다. 서울시는 혈세 낭비를 막겠다는 취지라고 밝혔지만 시민사회계는 정치 보복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