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욱 국방장관, 文정부 들어 첫 호국훈련 참관

입력 2021-11-03 00:04
서욱 국방부 장관이 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서 장관은 이날 오후 호국훈련 현장 지도에 나섰다. 뉴시스

서욱 국방부 장관이 2일 우리 군의 실기동 합동훈련인 ‘호국훈련’ 현장을 참관했다. 문재인정부 들어 국방장관이 호국훈련 현장을 직접 방문해 지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호국훈련을 ‘적대시 정책’으로 규정하며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군에게는 유사시 육·해·공 합동작전 수행 능력을 점검하기 위한 필수 훈련이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서 장관이 처음으로 호국훈련 현장 지도에 나선 것은 우리 군의 확고한 대북 대비태세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우리 정부가 종전선언을 성사시키기 위한 외교적 노력에 주력하는 것과 별개로 군은 안보 위기 상황 대비에 소홀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서 장관은 이날 오후 호국훈련의 일환으로 경기도 여주 남한강 일대에서 진행된 육군 쌍방 도하 기동훈련 현장을 방문했다. 군단급 부대의 통제 아래 기계화보병여단급 2개 부대가 강을 사이에 두고 공격과 방어를 하는 훈련이 진행됐다. 서 장관은 장병들에게 “흔들림 없이 군 본연의 임무를 다해 달라”고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국훈련은 합동참모본부가 주관하고 육·해·공군과 해병대가 함께하는 대표적 합동 야전 훈련이다. 남북관계를 고려해 중단된 한·미 연합훈련 ‘팀 스피릿’의 대체 훈련으로 시작돼 1996년부터 매년 하반기에 실시돼 왔다. 남북의 군사적 긴장이 높았던 박근혜정부 당시 한민구 국방장관도 훈련 현장을 직접 점검했다.

앞서 원인철 합참의장도 지난달 26일 훈련 현장을 찾아 실전 능력을 강조했다. 군 관계자는 서 장관의 호국훈련 참관에 대해 “외부에선 ‘군이 북한 눈치를 보며 실기동 훈련을 안 한다’고 비판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군 지도부의 군심 결집 의지가 장병들 사기 진작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양욱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교수는 “호국훈련은 한국군만 참여하는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기 때문에 북한을 덜 자극하면서도 국가 안보를 챙긴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 군 훈련에 민감하게 반응해온 북한은 서 장관의 현장 방문에 대해서도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지난달 31일 “남조선 전역에서 호국훈련이 광란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면서 “동족에 대한 적대시 정책의 집중적 표현이며 조선반도 정세를 대결 국면에 몰아넣는 군사적 망동”이라고 비난했었다.

이번 호국훈련에는 미래전장을 가정한 훈련도 처음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병력이 감소 추세인 점을 감안해 무인항공기(UAV)와 드론을 전투에 활용하는 ‘유무인 복합체계’ 도입을 추진 중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의 현장 지도는 ‘국방개혁2.0’ 추진과 관련해 미래기갑여단 편제의 실제 적용과 UAV 운용 등 미래전 양상에 대비한 훈련 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