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연결고리로 지목된 손준성 대구고검 검사를 2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공수처의 손 검사 대면 조사는 처음으로, 그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일주일 만이다. 공수처는 영장 범위를 벗어난 압수수색,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의 연이은 기각 등으로 수사 능력마저 의심받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총력전에 나선 모습이다.
손 검사는 오전 공수처 관용차량을 타고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 조사실로 비공개 출석했다. 그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를 받고 있다. 손 검사의 출석은 공수처가 지난 9월 9일 손 검사를 입건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한 지 55일 만에 이뤄졌다. 앞서 공수처는 소환에 불응한다는 이유 등으로 손 검사 체포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고, 지난달 23일에는 전격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이마저도 법원에서 퇴짜를 맞았다.
공수처는 손 검사를 상대로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실(옛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이던 후배 검사 2명이 지난해 4월 3일 형사사법시스템(킥스)에 접속해 ‘검언유착 의혹’ 사건 제보자 지모씨의 판결문을 검색한 경위를 추궁했다.
4월 3일은 문제의 고발장이 국민의힘 김웅 의원에게 전달된 날이다. 공수처는 판결문 열람 기록을 대검 검사들이 고발장 작성에 관여한 주요 정황증거인 것으로 본다. 다만 이들은 검찰과 공수처 조사에서 “범죄정보를 수집하는 수사정보정책관실 업무 차원이었으며 윗선 지시는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손 검사도 판결문 열람이 고발장 작성의 직접 증거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수처는 텔레그램을 통해 김 의원에게 전달된 고발장 이미지 파일의 전송 시점을 촘촘히 제시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4월 3일 오전 제보자 조성은씨와의 전화통화에서 “고발장 초안을 저희가 일단 만들어서 보내드릴게요. 고발장을 남부지검에 내랍니다. 남부(지검이) 아니면 위험하대요”라고 말했다.
공수처는 같은 날 오후 손 검사가 김 의원에게 고발장을 전달했으며, 김 의원이 50분 뒤 조씨에게 이를 건넸다고 의심한다. 하지만 손 검사는 조사 과정에서 고발장을 외부에서 받아 반송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김 의원과 손 검사 간의 전달 행위 자체는 어느 정도 규명됐지만 이 과정에 제3자가 개입했을 가능성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손 검사가 후배 검사에게 고발장 작성을 지시해 대검에서 고발장이 만들어지고, 고발 사주를 목적으로 야권 인사에게 이를 전달한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고 본다. 다만 현재까지 공수처는 손 검사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고발장 작성자를 성명불상으로 기재했고, 손 검사 휴대전화 비밀번호도 풀지 못한 상태다.
공수처는 가용 가능한 검사 대부분을 투입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수처는 3일 김 의원을 불러 조사한 뒤 손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