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 모두 제 몫”… 文정부 계승의지 밝힌 이재명

입력 2021-11-03 00:05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선대위 출범식에서 “문재인정부의 빛과 그림자 역시 온전히 저의 몫”이라며 현 정부 계승 의지를 강조했다. 중도 외연확장을 위해 문재인정부와 차별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 후보는 ‘청출어람 정부’를 만들겠다는 말로 균형을 잡았다.

이 후보는 지난달 26일 청와대 차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선물 받은 넥타이를 매고 나왔다.

이 후보는 2일 서울 송파 올림픽경기장 KSPO돔에서 열린 민주당의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연설에서 “민주 정부와 민주당이 잘한 것도 많지만 민생에서 국민의 높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비판을 겸허히 인정한다”며 “저희부터 반성하고 혁신하겠다”고 사과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 상황을 의식한 발언이다.

그러나 이 후보는 문재인정부와의 차별화를 전면에 내걸지는 않았다. 그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정부가 쌓아온 토대 위에 잘못은 고치고, 부족한 건 채우고, 필요한 것은 더해 청출어람 정부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당내 주류인 친문(친문재인) 세력의 지지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이 후보의 고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다만 이 후보는 ‘이재명정부’를 7차례 언급하며 향후 차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경기장 KSPO돔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이낙연 전 대표에게 이른바 ‘원팀 재킷’이라는 푸른색 점퍼를 입히고 있다. 경선 때 이 후보와 끝까지 경쟁했던 이 전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원팀 정신을 강조했다. 국회사진기자단

경선에서 이 후보와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이낙연 전 대표는 “야당보다 더 겸손해질 것”을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이어 “민주당의 내부문화는 경쟁할 땐 경쟁하더라도 하나 될 땐 하나가 되는 것”이라며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는 이재명 동지”라고 말했다. 선대위 출범과 동시에 경선후유증을 모두 털어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전 대표를 비롯해 정세균 전 국무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김두관 박용진 의원도 각각 이 후보 지지연설에 나서며 원팀 선대위 구성에 힘을 실었다.

선대위 출범식에서는 가난한 소년공 출신이었던 이 후보의 과거가 부각됐다. 오프닝 퍼포먼스에서는 소년공의 옷차림을 한 어린이가 H.O.T의 ‘빛’을 부르기도 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국민의힘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후보로 나온다면 두 사람이 너무 다른 삶의 궤적이 대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도 윤 전 총장을 향해 직접 견제구를 날렸다. 이 후보는 “광주를 폄훼하고, 핵무장을 주장하고, 남북 합의 파기로 긴장과 대결을 불러오겠다는 퇴행세력에 대한민국을 맡길 수 없다”고 윤 전 총장을 공격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