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가 3.2% 올라 9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상승과 코로나19 여파로 위축됐던 소비심리가 다소 회복된 영향이 반영됐다. 연말까지는 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서민과 중산층의 ‘유리 지갑’에 비상등이 켜졌다.
통계청은 10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보다 3.2% 상승했다고 2일 밝혔다. 올해 누적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2%로 나타나면서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9년 만에 2%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물가를 끌어올리는 데는 비싼 기름값이 큰 영향을 끼쳤다. 석유류 가격이 27.3% 뛰어 2008년 8월(27.8%) 이후 13년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공업제품 가격이 지난해 대비 4.3%로 크게 올랐다.
휴대전화비가 포함된 공공서비스 요금도 5.4% 올랐다. 지난해 10월 통신비 2만원 지원으로 떨어졌던 물가가 지난달에는 기저효과로 작용했다. 소비심리가 개선되면서 외식비 등이 포함된 개인서비스 요금도 2.7% 올랐다. 집세가 1.8% 오른 가운데 전세 상승률은 2.5%, 월세 상승률은 0.9%를 보였다. 체감물가를 설명하는 생활물가지수는 4.6% 올랐다. 2011년 8월(5.2%)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0.2% 올라 안정세를 보였다. 다만 고기, 계란 등 축산물 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계란 가격은 1년 전보다 33.4% 올라 열 달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농축수산물 가격은 안정세를 보였지만 석유류,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 오름세가 지속한 가운데 지난해 10월 통신비 지원에 따른 기저효과로 공공서비스 가격 오름세가 많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물가 상승세는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반영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위드 코로나로 보복 소비도 늘 것으로 예상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제유가는 당분간 오를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국내에서는 유동성을 통제하는 방법으로 물가를 잡아야 한다”며 “물가 상승을 유발하는 현금성 지원을 줄이고, 금리를 천천히 올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편다면 내년 물가 전망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일단 유류세 인하를 빠르게 시장 가격에 반영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전체 주유소의 19.2%를 차지하는 정유사 직영주유소와 알뜰주유소는 유류세 인하조치 시행 당일인 오는 12일부터 유류세 인하분이 최대한 즉시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유류세 인하 민관합동 시장점검반을 구성해 정유사 공급가격과 전국 주유소 판매가격 동향을 일일 점검하고, 담합 등 불공정행위 발생 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등을 통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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