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글래스고에서 1일(현지시간)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특별정상회의에서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 수장들은 비장한 목소리로 기후변화 대처를 주문했다. 하지만 주요 탄소 배출국인 중국과 인도, 러시아 정상은 아예 불참하거나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 대조를 이뤘다.
COP26 의장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지구 종말 시계는 자정 1분 전이며, 우리는 지금 행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류는 기후변화에 대응할 시간을 오래전에 다 썼다”며 “오늘 우리가 기후변화를 진지하게 다루지 않고 지나가면 아이들이 하기엔 너무 늦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존슨 총리는 제임스 본드 영화 ‘최후의 심판 장치(doomsday device)’가 현실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건강 문제로 영상 메시지만 보낸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우리 아이들, 아이들의 아이들을 위해 행동하라”고 촉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우리 앞에 놓인 엄청난 기회를 잡을 것인가. 아니면 미래 세대들이 고통받게 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현재의 답이 10년을 결정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을 위해 전 세계가 전례 없는 투자로 기후위기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남북한 산림 협력으로 한반도 전체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우리는 지금 우리 무덤을 파고 있다. 이제 더는 안 된다고 말할 때”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주요 탄소 배출국인 중국 러시아 인도 등은 선진국 책임을 제기했다. COP26 특별정상회의에 불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서면 인사말을 통해 “선진국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더 행동해야 할 뿐 아니라 개발도상국이 더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 탄소 배출 1위 국가인 중국은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의 정점을 찍고, 2060년 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아예 탄소중립 달성 시기를 다른 주요 국가(2050년)보다 20년 늦은 2070년으로 제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아예 참석하지도 않았다.
탄소 배출 주요국과 개발도상국들이 미지근한 반응을 보임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COP26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세계 탄소 배출의 40%를 차지하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국가 중 COP26에는 인도 정상만 참석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