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고교생에게도 대도시 수준의 다양하고 질 좋은 수업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결국 교사와 강사 인력 확보가 관건이다. ‘학생이 줄었으니 교사도 줄여야 한다’는 경제 논리에 기반한 정책 기조를 유지한 채로 고교학점제(학점제)를 전면 도입하면 학생·학부모를 도시로 내몰아 소규모 학교를 더욱 황폐화시키는 악순환을 가속화하게 된다.
교육부는 농산어촌 학교의 ‘수업 격차’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표 참조). 먼저 온·오프라인 공동 수업을 통해 교사 인력을 학교들이 공유하도록 한다. 한 교사가 여러 학교를 다니며 수업하는 순회 교·강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교육청 단위의 인력풀을 구축하고 있다. 도시 학교와 농산어촌 학교의 협력을 유도하고 있으며, 전문적 수업이 가능한 특수목적고나 직업계고, 일반고를 묶어 공동 수업을 하는 실험도 진행하고 있다.
홍성준 마차고 교장은 “작은 학교끼리 연합해서 함께 수업을 만든다는 구상은 아름답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주천고와 공동교육과정을 운영 중인데 이동 시간만 왕복 두 시간”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접하기 어려운 수업이 가능하지만 교실 수업에 비해 학습 만족도와 성취도가 떨어지는 점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또 교·강사가 순회하며 가르치는 방안에는 “학생이 아니라 교사들이 움직이는 것이어서 그나마 낫지만 아무래도 한 학교에 적을 두고 가르치는 것과는 같을 리 없다”고 말했다.
마차고 교사들은 2019년부터 학점제 연구학교 운영 성과를 담은 ‘연구학교 운영 보고서’에서 “학점제 정착의 첫 단추는 교·강사 인력풀 구축”이라고 썼다. 채희수 교사는 “우리 학교에선 생명과학을 체육교사가 가르치고 있다. 대학에서 생명과학을 복수전공했던 분”이라면서 “관내에 생명과학 교사를 도저히 구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경남 함안군의 군북고 김용창 교사의 생각도 비슷했다. 군북고는 전교생 127명의 작은 사립학교지만 2, 3학년에게 47개 선택 교과목을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으로 국제경제를 비롯한 7개 교과목을 개설하는 등 수업 선택권 확대에 적극적이다. 덕분에 서울 소재 대학 및 국립대 진학율이 2018년 26.5%에서 지난해 40.5%로 상승해 학생과 학부모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한다. 수능 위주의 정시가 아닌 학생부 위주 전형으로 모든 학생이 진학한다는 점에서 마차고와 비슷한 처지다. 김 교사는 “학점제가 본격 도입되면 과목 수가 더 늘어나게 된다. 원활한 교·강사 수급이 저희 같은 작은 학교에서 가장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교육개발원·국민일보 공동기획>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