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의 인사 시계가 예년보다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인사 폭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올해 연말 인사 및 조직개편을 통해 그룹 전반을 아우르는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올해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나면서 ‘뉴 삼성’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여건이 마련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컨트롤타워는 삼성그룹 전반의 미래사업 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되, 과거 미래전략실과 다른 성격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맞춰 12월 첫째 주에 사장단 인사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상황에서 인사를 미룰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4세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삼성은 장기적으로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선도 준비하고 있다. 현재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진행 중인 지배구조 관련 컨설팅 결과가 나오는 대로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컨설팅 내용은 과거와 같은 사법리스크를 반복하지 않게 하려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광모 회장 취임 4년차를 맞은 LG그룹도 올해 연말 인사 폭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LG는 최근 ㈜LG 최고운영책임자(COO)였던 권영수 부회장을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권 부회장의 이동으로 다른 경영진들의 연쇄 이동이 불가피해졌다. 그동안 구 회장을 옆에서 보좌한 권 부회장의 역할을 누가 맡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권 부회장의 역할이 ‘구 회장의 안정적 연착륙’이었다면, 다음 인사는 구 회장의 색깔을 더 드러낼 수 있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후임 COO 후보군으로는 홍범식 ㈜LG 경영전략팀장(사장), 권봉석 LG전자 대표이사 사장,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등이 거론된다.
SK는 최태원 회장이 계열사 이사회의 기능 강화를 주문하면서 계열사별로 인사가 시작됐다. 1일부로 인적분할한 SK텔레콤은 유영상 MNO 사업대표를 새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같은 날 임원 인사도 단행했다. 횡령과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은 이날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SK네트웍스는 박상규 대표 단독 체제로 운영된다. 계열사 인사권한이 강화되면서 그동안 최고의사결정기구로 역할을 담당했던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역할을 재조정한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SK그룹 인사도 이와 맞물려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의 미래 먹거리를 일찌감치 결정하고 빠르게 인사를 단행한 곳도 있다. 김승연 회장이 7년 만에 경영에 복귀한 한화그룹은 지난 8월에 5개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를 단행한 데 이어 10월 중순 임원 인사까지 마쳤다. 한화그룹은 수소, 항공·우주산업 등을 중심으로 신사업 개척에 나서고 있다.
코오롱그룹도 지난달 29일 윤창운 코오롱글로벌 대표이사 사장을 그룹 부회장에 승진 발령하는 등 총 45명에 대한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신임 상무보 21명 중 85%인 18명을 40대로 채우는 등 세대교체에 중점을 뒀다는 평가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