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민단체 832억·TBS 123억 예산삭감

입력 2021-11-02 04:08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일부 시민단체는 특정인 이익공동체”라고 비판하며 시민단체에 대한 ‘박원순표’ 민간위탁·보조금 예산을 대규모 삭감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보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자신의 시정 구상을 안착시키기 위한 승부수로 풀이된다. 다만 시의회·시민단체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오 시장이 어느 수준까지 예산안을 관철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완패할 경우 남은 7개월 임기 동안 손발이 묶인 채 지방선거에 임할 수밖에 없어 오 시장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시는 역대 최대 규모인 44조748억원의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해 시의회에 제출했다고 1일 밝혔다. 시는 세출 구조조정으로 1조1519억원을 절감했는데, 이 가운데 박원순 전 시장의 시민단체 지원 사업 예산을 올해 1788억원에서 832억원(46.5%)이나 삭감했다.

민간위탁사업의 경우 도시재생사업이 90억300만원에서 22억8500만원으로 74.6%,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이 66.8%(120억8700만원→40억1000만원), 주민자치사업이 65.7%(144억6300만원→49억6200만원) 등으로 각각 축소됐다. 민간보조금도 마을공동체가 100%(3억2000만원→0원), 주거사업이 76.0%(2억5000만원→6000만원), 주민자치사업이 49.2%(270억3300만원→137억3600만원) 등으로 급감했다.

오 시장은 “이런 재정 혁신은 특정 시민단체에 집중됐던 특혜성 예산을 줄여 다수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일부 시민단체가 대표성을 표방하고 있지만 특정인 중심의 이익공동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비판했다. 마을공동체 지원사업, 서울혁신센터,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등을 언급하며 ‘특정인’의 이니셜을 일일이 거론했다. 오 시장은 “시민단체는 원칙적으로 시민의 자율적인 도움을 받아 운영되는 게 본질적인 개념”이라고도 했다.


서울시는 TBS 예산도 올해 출연금(375억원)의 3분의 1 수준인 123억원이나 잘라냈다. 오 시장은 “독립언론, 독립방송이란 권리·권한과 함께 의무와 책임도 독립돼야 한다. 재정의 독립이야말로 진정한 독립”이라며 재정자립도가 높은 KBS와 EBS를 언급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TBS는) 독립 선언한 지 2년이 지났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명실공히 독립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예산을 (삭감) 책정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절대 다수인 시의회는 일전을 예고했다. 김인호 시의회 의장은 정례회 개회사에서 “혈세 낭비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다만 과정과 목적이 정당해야 한다”며 “개인의 셈법에서 나온 정치 행보여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서울시가 대대적인 감사를 진행 중인 민간단체들은 ‘퇴행적인 오세훈 서울시정 정상화 시민행동’을 이달 말 출범시키고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강준구 김이현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