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가 1일 ‘통합’을 표방한 첫 인선을 발표했다. 이낙연 전 대표 측 인사들을 전면에 배치하며 “용광로 선대위를 꾸렸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핵심 요직은 대부분 이 후보 측에게 돌아가 ‘무늬만 용광로 선대위’라는 뒷말도 나왔다.
민주당 대선선거준비단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본부장 이상급 인선을 발표했다. 선대위는 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출범식을 갖고 정식 출범한다.
선대위에는 경선 기간 이 후보와 대립했던 이 전 대표 측 핵심 인사들이 대거 전진 배치됐다. 이 전 대표 경선캠프 선대위원장이었던 설훈·홍영표 의원이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이 전 대표 캠프 총괄본부장 출신인 박광온 의원이 공동총괄선대본부장으로 각각 임명됐다. 아울러 최인호 의원이 선대위 공동비서실장, 오영훈 의원이 공보단 공동수석대변인, 이개호 의원이 농어민본부장을 맡았다.
대선준비단은 이 전 대표 측 인사들의 합류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윤관석 사무총장은 “이 전 대표 캠프에 있었던 의원들이 적극적인 참여를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선대위원장은 윤호중 원내대표와 경선 후보였던 김두관 박용진 이광재 의원, 각 경선캠프 선대위원장이었던 우원식 변재일(이재명), 설훈 홍영표(이낙연), 김영주(정세균) 의원, 김상희 국회부의장과 김진표 이상민 의원 등 모두 12인이 공동으로 맡기로 했다.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은 송영길 대표까지 포함하면 선대위원장 규모는 ‘13+알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준비단이 선대위 구성 방향을 ‘융합형 매머드’라고 표현한 이유다.
하지만 정작 핵심 보직은 이 후보 측 인사들이 차지했다. 이 후보 경선캠프 총괄본부장이던 조정식 의원은 선대위 ‘야전사령탑’인 상임총괄선대본부장에 임명됐다. 캠프 총괄특보단장 출신 정성호 의원과 직능담당 출신 안민석 의원은 총괄특보단장에 올랐다.
다른 요직 역시 이 후보와 가까운 인사들이 맡았다. 김영진 의원은 상황실장에, 박홍근 의원은 비서실장에, 박찬대 의원은 수석대변인에 각각 기용됐다. 이 후보가 직접 ‘측근’이라고 인정한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은 비서실 부실장으로 캠프 첫 공식 직함을 달았다.
핵심 보직이 대부분 이 후보 측 몫으로 돌아가자 당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당에다 ‘알아서 하라’고 맡겨놨더니 측근들을 요직에 앉혀 놨더라”며 “이걸 용광로 선대위라고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선 기간 다른 캠프에 있었던 의원들 간의 화학적 결합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이번 선대위 인선에서는 예상과 달리 ‘여성 인사’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앞서 이 후보가 20, 30대 여성 지지율이 취약한 만큼 젊은 여성 인사들이 선대위 전면에 배치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윤 사무총장은 “이번에는 용광로 선대위 구성에 초점을 맞췄고 앞으로 보완하겠다”고 설명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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