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구속 기소)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공소장에 적힌 내용은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자 선정 과정에 불공정한 배점 조정이 있었다는 사실, 예상 택지개발 이익이 축소됐다는 사실, 공사 초과이익 환수가 배제됐다는 사실 등이다. 이는 대장동 개발사업이 최소 651억원, 각종 분양이익까지 따지면 수천억원대 손해를 끼쳤다는 배임 혐의로 이어진다. 1일 검찰 수사로 규정된 대장동 개발사업의 성격은 “소수 독식 개발이익을 모범적으로 환원했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자평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
이제 대중의 관심은 이 배임 행위의 정점이 과연 유 전 본부장인지, 아니면 그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윗선’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쏠린다. 검찰 안팎에서는 일반적 수사 수순, 의혹 규명 원칙에 비춰 이 후보에 대한 조사가 어떤 식으로든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이 사업 설계와 이익 배분 전 과정에서 최종 의사결정권자였다는 데는 의문이 남는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 후보는 공공 환수 실적을 강조하는 등 대장동 사업 의사결정에 관여를 했다고 밝혀 왔다”며 “검찰 입장에서는 파고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사업 관계자들로부터 “정민용 변호사가 당시 성남시장에게 공사 이익을 확정한 공모지침서를 작성해 직보했다고 들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후보는 이때 “시장실에서 공사 실무진이 참여한 합동회의를 두세 차례 가졌다”고 했다. 이 후보가 여러 건의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문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사실도 앞서 드러났다. 그는 배당이익(1822억원) 활용 방안으로 임대주택용지 매입 대신 ‘성남시 정책방향에 따라 활용’을 선택했다.
주요 결재권 행사가 곧 공모관계 의심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유 전 본부장의 공소장에도 일단 이 후보의 이름이 담기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는 “민간 개발이익을 설계하지는 않았고, 성남시 몫 확정이익을 설계했다”는 입장이다. 배임죄가 법원에서도 입증이 까다로운 점을 고려하면 향후 관건은 “이 후보에게도 사익 추구 정황이 발견되느냐”는 점이 될 것이라고 법조계 인사들은 관측했다. 현재까지 검찰이 배임 혐의를 적용한 이들은 모두 ‘뒷돈’을 주고받은 정황이 포착됐다.
다만 직접적 사익 추구 정황이 없어도 범죄가 될 가능성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월성 원전 사건에서도 뒷돈이 배임을 규정한 건 아니었다”는 말이 나왔다. 정치적 입지의 확대 등을 무형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진단도 있었다.
이날 검찰의 추가 기소로 대장동 개발사업에 관한 이 후보의 입장은 정책 총괄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가 됐다는 평이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이 후보는 성남 정책을 총괄했으면서 또 한편으로는 천문학적 배임 피해자들의 대표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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