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기후 위기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한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6)가 31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막을 올렸다. 올해 여름 전례 없는 심각한 기후 재앙을 경험한 국가들은 COP26에 임하는 각오가 그 어느 때보다 결연하다. 하지만 중국 인도 등 주요 탄소 배출국들이 미온적인 데다 개발도상국들이 선진국에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고 비판하면서 기후변화 대응이 용두사미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COP26은 파리기후변화협약을 바탕으로 적용되는 신기후 체제 출범 이래 처음 열리는 기후총회다. 파리협약은 모든 나라에 의무적으로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설정해 제출토록 했다. 이를 통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하로 제한하고 한발 더 나아가 1.5도까지 억제하는 게 목표다. 이번 COP26은 각국이 마련한 NDC를 점검하고 보다 진전된 계획을 수립하는 자리다.
주요국 미온적 태도에 시작부터 삐걱
그러나 주요국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압도적 1위 탄소 배출국인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COP26에 화상으로 참여한다. 중국이 최근 발표한 탄소중립 달성 목표 시점도 2060년으로 다른 주요국들이 제시한 시간표인 2050년보다 10년이 늦다. 또 석탄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인도는 ‘부자 국가 책임론’을 내세우며 아예 구체적인 탄소중립 달성 목표 시기를 밝히기를 거부했다.
지난해 중국과 인도의 석탄 소비량은 각각 87.638PJ(페타줄), 16.531PJ로 전 세계 석탄 소비량(157.164PJ)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1PJ는 원자폭탄 40여개를 터뜨릴 때 나오는 에너지와 비슷하다. 두 국가가 미온적일 경우 전 세계 탄소중립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COP26에 불참했다. 러시아도 탄소중립 달성 목표 시점을 2060년으로 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석탄 수출국인 호주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제 충격 등을 이유로 발전소 폐쇄에 반대하고 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심지어 이들 국가는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발간할 보고서에 화석연료 사용 억제 필요성을 축소해 달라는 등 내용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로비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개도국 “선진국 금융지원 약속 지켜야”
개발도상국들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희생양이 될 것을 경계하며 선진국의 역사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껏 대기오염을 일으키며 경제발전을 이룬 선진국이 탄소중립 부담을 훨씬 많이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다.
개도국이 원하는 것은 선진국의 ‘돈’이다. 이들에겐 환경보다 경제성장이 더 시급하다. 브라질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면에는 선진국의 금융지원을 받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조아킹 레이치 브라질 환경부 장관은 “환경보호를 위한 선진국들의 금융지원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시 주석도 G20 정상회의에서 “선진국이 녹색 공약을 지키고 개도국에 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선진국들은 금융지원 확대에 소극적이다. 대부분 국가들이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전례 없는 수준의 거대 예산을 편성한 탓이다. 이들은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돕고자 2025년까지 100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한 2009년 코펜하겐 합의 이행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G20에 이어 COP26도 험로 예고
이처럼 각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COP26 개최 직전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큰 성과가 나오지 못했다. 선진국들은 이번 G20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에 구체적인 탄소중립 달성 목표 시점을 넣자고 주장했으나 중국과 인도, 러시아 등이 강하게 반대하면서 2050년이라는 구체적인 목표 대신 ‘금세기 중반까지’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존슨 총리는 이번 선언을 두고 “바다에 물 한 방울”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각국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다면 COP26에서도 실질적인 성과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AP통신에 따르면 크리스티나 피게레스 전 UNFCCC 사무총장은 6년 전 파리 회의에서와 같은 중대한 합의가 도출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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