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가 열린 이탈리아 로마에서 31일(현지시간) 동맹국 정상들을 소집해 공급망 병목 현상 완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물류 공급 차질이 장기화하자 우방 정상들과 해결책 모색에 나선 것이다.
회의에는 유럽연합(EU)과 한국 독일 이탈리아 호주 인도 싱가포르 등 14개국이 모였다. 아프리카연합 의장국 콩고도 정상이 직접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리의 공급망이 강제 노동과 아동 노동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고 노동자의 존엄성과 목소리를 지원해야 한다”며 중국을 겨냥했다. 중국 신장 지역을 중심으로 강제노동을 비롯한 인권 문제를 지적해온 바이든이 국제무대에서 다시 한번 중국에 날을 세운 것이다.
바이든은 “(공급난은) 어느 한 나라가 일방적 조치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실패할 수 있는 하나의 공급원에 의존하지 않도록 공급망은 다각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사국 간 단결을 통해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촉구한 셈이다.
그는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의 약식 회견에서 “(미국과 EU 간 철강·알루미늄 관세 철폐 합의는) 중국 같은 나라의 더러운 철강이 우리 시장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할 것”이라고 직격탄은 날렸다.
전날 미국은 일정 한도 내에서 EU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매겼던 관세를 없애고 EU는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철회하기로 합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철강을 덤핑해 우리 노동자와 산업, 정부에 크게 피해를 준 나라들에 맞서게 할 것”이라며 “미국과 EU는 미국인의 일자리와 산업을 보호하면서 기후변화의 실존적 위협에 대응할 중대한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인위적으로 소그룹을 만들거나 이념으로 선을 긋는 것은 간격을 만들고 장애를 늘릴 뿐”이라며 “과학기술 혁신에 백해무익하다”고 비판했다.
시 주석은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무역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며 미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 그는 “개방형 세계경제를 건설하며 개발도상국의 권리와 발전 공간을 보장해야 한다”며 산업·공급망 회복과 안정에 관한 국제 포럼 개최를 제안했다.
시 주석은 중국과 중앙아시아, 유럽을 잇는 일대일로 공동 건설 협력도 강조했다. 일대일로 사업에 동참한 나라들과 손을 잡고 미국 중심의 공급망에 맞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