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EU 철강관세 합의… 정부 “무역확장법 232조 완화 협의”

입력 2021-11-02 04:06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 견제를 위해 철강·알루미늄 관세분쟁을 일단락 지었다. EU산 철강과 알루미늄이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되는 물량이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 정부와 철강업계는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산업정책실장 주재로 철강·알루미늄 업계와 민관 합동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미국과 EU가 지난 31일(현지시간) 합의한 철강 관세분쟁 해소가 한국 업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EU는 매년 330만t의 철강을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하고, 이를 넘어선 물량에는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저율관세할당(TRQ) 방식의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에도 관세가 면제됐던 일부 품목을 포함하면 EU가 내년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 철강 물량은 430만t에 이른다.

이와 달리 한국은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2015~2017년 철강 완제품 수출 평균물량의 70%라는 ‘수출 쿼터’를 적용받고 있다. 2018년부터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할 수 있는 철강재는 263만t을 넘지 못하고 있다. 쿼터 적용 이후 미국으로의 철강재 수출량은 매년 30만t가량 감소해왔다.

국내 철강업계는 미국과 EU의 합의가 수출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이미 수출량이 줄어든 상황이라 당장 받는 타격은 크지 않다고 내다보지만, 경쟁국인 EU에서 미국으로 무관세 수출물량이 늘면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낮아질 수도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그간 미국으로 수출하는 양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합의가 업계에 ‘직격탄’이라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EU가 수출량을 늘렸으니 한국도 미국과 협의를 통해 수출량을 늘리고 관세도 TRQ 방식으로 바뀌면 좋겠다. 궁극적으론 무역확장법 232조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 완화를 위해 미국 측과 관련 협의를 조속히 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부는 담당 국장급을 미국으로 파견해 미 무역대표부, 상무부 면담을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 안에 한·미간 고위급협의 계기를 활용해 232조 재검토 및 개선을 지속 요청할 방침이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