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 도순초 병설유치원. 건물의 몇 배에 달하는 널찍한 야외 마당에 어른 키보다 높은 공룡오름이 세 개나 만들어졌다(사진).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수풍뎅이 모양의 놀이 기구와 여러 명이 함께 탈 수 있는 바구니 그네는 동네 마을 친구들에게까지 인기 만점이다.
제주도교육청이 놀이를 장려하기 위해 바깥놀이터 개선사업을 추진하면서 제주지역 유치원들이 즐거운 놀이터로 변신하고 있다. 밋밋한 모래사장에 탁자를 놓고 물을 끌어오자 바깥에서 소꿉놀이를 하는 아이들이 크게 늘었다.
도교육청은 2019년 교육부가 5~7세 누리과정을 ‘놀이중심’으로 개편하자 지난해 전국 최초로 ‘유치원 바깥놀이장 설비 기준’을 개정, 놀이터 개선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유치원마다 설치해야 하는 필수 놀이시설 기준을 ‘조합놀이기구 1조’에서 ‘조합놀이대 또는 개별 설비 3종 이상’으로 폭을 넓혀 다양한 놀이 재료를 둘 수 있게 했다. 모래나 흙, 물 등 자연 놀이 재료를 확대하고 인위적인 조합놀이대 추가 설치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유치원 놀이공간의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는 유치원을 대상으로 놀이환경 개선사업을 시작했다. 공간 개선을 신청하면 컨설팅단을 보내 유치원 현장에 맞는 개선 방안을 함께 고민하도록 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올해까지 놀이공간을 개선한 유치원은 90여곳. 도내 전체 공사립 유치원 123곳의 상당수가 아이들이 더 즐겁고 창의적으로 놀 수 있는 환경으로 탈바꿈했다.
개선사업이 시작되면서 학교 현장에서도 놀이공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조합놀이대만으로는 부족하다 느끼면서도 기존 시설이 낡으면 새 상품 교체만 생각해오던 교사들이 더 즐거운 놀이가 가능한 놀이터가 무엇일까 머리를 맞대고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현장 지원에 참여했던 김형훈 컨설턴트는 1일 “잘 놀아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막상 유치원 놀이현장은 좁고 단조롭다”며 “아이들이 스스로 놀이를 개발할 수 있도록 다양한 놀잇감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청은 내년에도 유치원 놀이환경 개선사업을 연속해 추진한다. 바깥놀이장 설비 기준도 다시 개정해 각 유치원 실정에 맞는 자연물 중심의 놀이터가 구현될 수 있도록 현실화 할 방침이다.
성재선 유아교육팀 장학사는 “자연 재료를 강조하는 것은 아이들 스스로 다양한 유형의 놀이를 고안하며 창의성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라며 ”유치원 현장과 더 긴밀히 소통하며 아이들이 더 즐겁게 놀 수 있도록 바깥놀이 환경을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