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스크 어깨동무·심야 야외 술판… 장대비도 못막은 이태원 핼러윈 인파

입력 2021-11-01 04:06
핼러윈 데이인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는 ‘핼러윈 데이’를 즐기러 나온 젊은이들로 가득찼다. 약 300m 길이의 세계음식문화거리 일대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걸으려는 수만명의 인파가 한데 뒤엉키면서 혼잡을 빚었다. 거리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등장인물들의 복장을 그대로 재현한 시민들을 비롯해 핼러윈 차림을 한 이들이 눈에 띄었다.

일부 시민들은 처음 보는 사이에도 마스크를 벗고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분장을 하고 거리에 나선 이모(26)씨는 “위드 코로나를 앞두고 일상회복이 시작된 것을 기념하고자 이태원을 찾았다”고 밝혔다. 모처럼 맞은 ‘핼러윈 대목’에 식당은 사람들로 붐볐다. 한 식당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 가장 많은 손님을 맞는 주말”이라고 말했다.

이태원 골목은 주점마다 술을 마시려는 이들로 넘쳐났다. 한 가게 앞에는 1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입장을 위해 몸을 밀착해 길게 줄을 섰다. 또 가게 내부 손님들은 음식을 먹지 않는데도 ‘노마스크’이거나 ‘턱스크’(코를 내놓은 채 마스크로 턱만 가린 상태) 상태였다. 식당 점원들은 이곳 저곳을 돌며 “마스크를 써달라”고 안내했다. 이태원의 한 음식점 점주는 “위드 코로나로 숨통이 트이자마자 확진자가 대량 발생해 또 타격을 입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갑자기 쏟아진 장대비도 거리로 나온 시민들의 발길을 돌리진 못했다. 거리는 금새 우산으로 빼곡이 채워졌다. 다중이용시설 영업 제한 시간인 오후 10시가 되자 경찰은 연신 전자 호루라기버튼을 누르며 “귀가해 달라”고 외쳤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경찰의 안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스크를 내린 채 담배를 태우거나 병째 술을 마시며 움직일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30일에는 다음날 오전 2시까지 해산 명령을 해야했다”며 “시민들을 강제로 해산 시킬 방법이 없어 읍소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날 인파가 쏟아진 건 이태원뿐만 아니었다. 마포구 홍대 인근 거리에서는 저녁 시간 ‘야외 술판’이 벌어지기도 했다. 외국인 8명이 길거리에 놓인 화단을 탁자 삼아 술을 병째로 마시고 있었다.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앞두고 방역수칙 위반이 잦아지면서 일상회복의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29일 서울에서만 총 7건 272명이 방역수칙 위반으로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과 각 지방자치단체는 합동단속반을 구성하고 전국의 유흥가 밀집 지역 등 인파가 몰리는 지역에 대한 특별점검을 진행했다.

전성필 신용일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