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윤, 398후보라 해” vs 윤 “홍준표라 안 하고 꿔준 표라 해”

입력 2021-11-01 04:02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이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마지막 합동 TV토론회 시작 전 주먹을 쥔 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원희룡 전 제주지사,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이 당원 투표 개시를 하루 앞둔 31일 열린 마지막 TV토론회에서 자신이 정권교체 적임자임을 강조하며 격돌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맞설 대선 후보를 5일 최종 선출한다. 홍준표 의원은 ‘당심’을 겨냥해 ‘전직 대통령 사면’ 카드를 꺼내 들었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경선 막판 2030세대 표심 잡기와 외연 확장에 총력전을 펼쳤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은 이날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종합토론에서 뜨거운 설전을 벌였다. 홍 의원은 “모든 여론조사를 보면 중도 확장성은 제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홍 의원 지지세에 민주당 지지층이 다수라고 강조하며 “홍준표라고 안 하고 소위 ‘꿔준 표’라고 한다”고 직격했다. 이어 “본선에 가서는 전부 민주당을 찍을 사람들인데 그걸 확장성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반문했다.

홍 의원도 윤 전 총장에게 “좀 언짢겠지만 ‘398 후보’라는 얘기를 들었느냐”며 “(윤 전 총장의) 20대 3%, 30대 9%, 40대 8%의 지지율로는 본선을 치르기 어렵다”고 맞받았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의 2040세대 지지세가 저조했던 걸 비꼰 것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을 싸잡아 공격했다. 그는 “두 분이 여론조사를 보면 비호감도 1, 2위”라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에게 전날 발생한 양측 지지자 간 폭행 문제를 따지기도 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을 겨냥해 “두 분이 2017년 대선에 각자 출마해 야권 분열 대선을 치렀다”고 비판했다.

앞서 홍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이 돼 특별사면권을 갖는 즉시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이 전직 대통령 사면을 약속한 건 열세로 관측되는 당원 투표 격차를 줄이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윤 전 총장은 유튜브에 공개한 대국민 영상메시지를 통해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문재인정권이 지속되면 국민들 고통이 너무 심할 것 같다”면서 “잘못이 있으면 선거를 통해 책임을 묻는 게 민주주의”라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30일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 SNL코리아에 출연해 상대적으로 지지세가 낮은 2030세대의 표심을 노렸다. 윤석열캠프는 호남 출신 인사들을 영입하면서 외연 확장에도 공을 들였다.

당 일각에서는 캠프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경선이 혼탁 양상을 띠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윤 전 총장 측과 홍 의원 측은 ‘당원 투표 줄세우기 의혹’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여명 홍준표캠프 대변인은 “각 당협위원장에게 공천을 빌미로 윤 전 총장 지지율을 끌어올리라는 협박은 구역질 나는 구태의 화룡점정”이라며 “주호영·권성동 의원의 당적 박탈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며 “홍 의원 측이 급하니 무리수를 던지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서울대 커뮤니티에 주 의원과 권 의원 등이 공천을 빌미로 지역구 당협위원장에게 윤 전 총장 적극 지지를 압박했다는 익명의 폭로 글이 올라와 파문이 일었다.

정홍원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은 각 후보에게 “품위 있고 절제된 모습이 더 큰 감동을 주고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자제를 당부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