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 후유증’ 중국, 나홀로 부동산 하락… 주민 시위까지

입력 2021-11-01 04:06
한 시민이 지난 11일 중국 베이징의 주택공사 현장 인근을 지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헝다사태 이후 부동산세 도입과 지방정부의 건설 프로젝트 중단 등 각종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중국 부동산시장의 과열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AP뉴시스

최근 한국,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이 폭등하고 있지만 중국은 그 반대 현상을 겪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가 간신히 디폴트 위기를 넘겼지만, 부채로 유지되던 부동산 시장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주택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중국 관영 중국망은 31일 후베이성 우한시가 주민 8명에 대해 행정구류 5일 처분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지난 22일 집값이 급격히 하락하자 관공서 앞에서 항의한 혐의를 받는다. 홍콩 매체 명보는 “우한의 주택 가격은 ㎡당 1만5000위안(275만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최근 3000위안(55만원) 넘게 떨어졌다”고 전했다.

중국의 부동산시장 하락은 일찌감치 예견돼 왔다. 중국 70개 주요 도시의 지난달 신규 주택 가격은 전월 대비 0.08% 떨어졌다. 2015년 4월 이후 6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신규 집값이 떨어졌는데, 같은 기간 주택 판매액도 지난해 대비 16.9%나 줄어들었다.

부동산시장 위축 원인은 가계와 부동산 투자사의 부채 감당능력이 한계에 다다른 탓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날 중국 부동산 투자업체들이 능력에 비해 과도한 부채를 떠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부동산정보회사(CRIC) 공시를 분석한 결과, 중국 부동산 투자업체 상위 30곳 중 20곳이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부동산시장이 헝다 사태 이전부터 ‘꾸준히 과열된 상태’였다는 것이 중론이다. 2010년대부터 선전경제특구와 상하이를 비롯한 서부 주요 도시들의 부동산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은행의 부동산 부문 대출 규모가 50조 위안(8900조원)을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중국 국가재정개발원도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집값이 부채액수보다 낮아지기 시작하면 집을 팔아도 대출을 갚을 수 없는 상황에 도달한다. 위기는 그때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니 자연스럽게 경기 전반이 위축되는 모습이다. 중국의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도 49.2를 기록해 2달 연속 하락했다. 경기동향 지표인 제조업 PMI가 50보다 작으면 위축 국면이다. 골드만삭스 등 신용평가사들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8%를 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다급히 규제에 나섰다.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지난 23일 부동산세 시범 지역을 선정하라고 요구한 것을 시작으로 각 지방정부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