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이번 주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지난주 출석할 것을 통보했으나 권 회장이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1년6개월가량 이어온 검찰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부장검사 조주연)는 이번 주 권 회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지난 28일 권 회장에게 출석을 통보했으나 권 회장 측은 “시간이 촉박하다”며 날짜를 미뤄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김씨 수사로 향하는 길목인 권 회장 가족 수사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권 회장은 본래 고발 혐의인 자본시장법 위반 외에 횡령, 배임 혐의로도 조사받고 있다. 검찰은 10월 중순 도이치모터스 본사, 권 회장 부인 안모씨의 자택과 사무실, 창고 등을 연이어 압수수색한 뒤 회사 임직원들을 소환조사했다. 지난 26일에는 안씨를 불렀으나 그가 검찰청에 나왔다가 조사를 받지 않고 귀가해 다시 소환 일정을 조율하는 중이다.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 있었던 2010~2011년 외에 권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의심되는 다른 시기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권 회장 측은 별건 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권 회장 측은 “주가조작은 사실무근이며, 검찰의 무리한 별건 수사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권 회장 측은 지난 3월 대검찰청 인권정책관실이 마련한 별건 수사 관련 지침에도 위배된다고 본다. 지침에 따르면 별건 범죄는 검사가 직접수사 중인 사건 피의자가 범한 다른 범죄, 피의자의 배우자가 범한 다른 범죄 등을 뜻한다. 검찰총장의 별도 승인이 없는 한 본건 범죄 수사부서에서 별건 범죄를 수사할 수 없다.
법조계는 1년6개월가량 이어온 도이치모터스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권 회장 조사 후 김씨를 부르는 게 예정된 수순이라는 것이다. 오는 5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결정되기 전 수사에 속도를 내 선거 개입 등 불필요한 논란을 피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다만 검찰이 김씨가 주가조작에 가담했다는 유의미한 진술과 증거를 확보했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시세조종에 가담한 증권회사 직원 등 관련자 2명이 최근 구속 기소됐지만 김씨가 돈을 맡긴 것으로 지목된 인물은 구속전 피의자심문을 앞두고 잠적한 상태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