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노태우 아들 “대통령으로선 공과 있지만 최고의 아버지”

입력 2021-11-01 04:03
노태우 전 대통령의 유가족과 장례위원들이 3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식을 엄수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이 국가장으로 지난 30일 치러진 영결식을 끝으로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다.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업적으로 꼽히는 88서울올림픽을 상징하는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서 장례의 마침표를 찍었다.

노 전 대통령 아들 노재헌 변호사는 “영광과 상처가 뒤섞인 파란 많은 생을 마감했다”며 부친을 기렸다.

노 변호사는 31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민국 현대사의 명암과 함께 살아온 인생, 굴곡 많은 인생을 마감하셨다”라고 추모했다.

그는 “일반 시민으로 돌아오자마자 무거운 사법의 심판으로 영어의 몸이 될 수밖에 없었다”며 “퇴임 후 큰 수모를 당하실 때조차 당신이 다 짊어지고 가겠다고 말씀했다”고 덧붙였다.

노 변호사는 12·12 쿠데타 주도와 5·18 광주 민주화운동 무력 진압 등 노 전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서도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그는 “아버지는 5·18로 인한 희생과 상처를 가슴 아파하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고자 했다”면서 “시대의 과오는 모두 당신이 짊어지고 갈 테니 미래세대는 역사를 따뜻한 눈으로 봐주기를 간절히 원하셨다”고 전했다.

노 변호사는 “선친이 늘 강조한 신조는 ‘굴하지 말아라’, ‘민족 자존심을 지켜라’였다”면서 “6·29 선언을 결단하고 북방정책이라는 자주외교를 펼치게 된 것도 이 신조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노 변호사는 또 “대통령으로서는 공과 과가 있지만, 가족에게는 최고의 아버지였다”고 썼다.

영결식은 노 전 대통령 별세 닷새 만인 지난 30일 치러졌다. 전직 대통령 국가장 거행은 2015년 별세한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자택이 있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노제를 지낸 운구 행렬은 올림픽공원에 도착했다. 장례 말미에는 서울올림픽 주제가인 ‘손에 손잡고’가 추모곡으로 울려 퍼졌다.

영결식에는 부인 김옥숙 여사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노 변호사 등 유가족이 참석했다. 국장례위원장인 김부겸 총리는 조사에서 서울올림픽, 북방외교 등 공적을 언급하면서도 “(노 전 대통령이) 현대사에서 지울 수 없는 큰 과오를 저지른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결식은) 새로운 역사, 진실의 역사, 화해와 통합의 역사로 가는 성찰의 자리”라고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 유해는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 절차를 거쳐 경기도 파주 검단사에 임시 안치될 예정이다. 유족들은 묘역 조성 후 파주 통일동산 인근에 안장하는 방법을 고려 중이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