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이 습관처럼 성경을 가르쳤듯, 통독모임이 교회가 됐다”

입력 2021-11-02 03:03
남궁현우 서울에스라교회 목사가 지난 30일 경기도 김포 월곶면 자택에서 성경통독 사역과 교회를 시작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김포=강민석 선임기자

2007년 서울 사랑의교회에 다니던 27세 청년이 카페를 빌려서 성경강좌를 시작했다. 청년은 수강생들의 요청에 못 이겨 서울 동작구 총신대 앞에 교회를 개척했고 4년 만에 595㎡(180평)짜리 예배당을 마련했다. 남궁현우(41) 서울에스라교회 목사의 이야기다.

그가 성경의 세계에 빠진 것은 1996년 중학교 시절 서울 평강교회에 다니면서부터다. 당시 전도사였던 이현수 목사는 단칸방에 살던 중학생을 불러내 매주 토요일 2시간씩 일대일로 성경을 가르쳤다. ‘성경과외’는 일주일간 성경 궁금증을 정리하면 답해주는 방식이었다. 중학생은 방학 때는 과외 대신 주석서를 펴놓고 주해했다. 성경이 이해되지 않으면 여러 주석과 번역성경을 봤다. 용산공고에 진학했을 때 ‘톰슨성경’을 봤다.

남궁 목사는 “이 전도사님과 했던 질의응답식 교육은 훗날 알고 보니 유대인의 전통적 학습방법인 하브루타식 교육이었다”면서 “이처럼 성경은 어렸을 때부터 도제식으로 훈련하지 않으면 성경의 정수가 전수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사랑의교회에 출석한 것은 부친의 빚보증으로 가세가 기울기 시작한 2003년부터다. 남궁 목사는 “옥한흠 목사님의 제자훈련은 성경 말씀과 사랑의 실천이었는데, 대학부에 성경 교육 과정이 없었다. 그래서 서울과학기술대 매체공학과 재학 시절 통독학교를 제안했고 초대 강사가 됐다”고 회고했다.

2006년 8월 그의 인생을 바꾼 사건이 발생했다. “경남 산청에서 열린 4박 5일 성경통독 강좌를 마치고 새벽 3시에 서울로 올라오던 길이었습니다. 관광버스 기사가 졸음운전을 하다가 앞에 있던 트럭을 그대로 들이받았어요. 이 사고로 40·50대 목회자 8명이 사망했고, 저도 중상을 입어 8개월간 병원 생활을 했어요.”

10시간의 대수술을 마친 그가 내린 결단이 있었다. 남궁 목사는 “병실 창밖 나뭇잎을 보면서 ‘만약 내 발로 걸어가서 나뭇잎에 입 맞출 수 있다면 성경 전체를 가르치는 사역을 꼭 하겠다’고 다짐했다”면서 “사고로 돌아가신 목회자 8명의 몫도 대신 해야겠다는 마음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 총신대 신대원에 입학하고 군 복무 후 2년 뒤 복학했다. 에스라성경강좌 동아리를 만들었다. 서울 총신대 앞에 에스라성서원 바이블하우스를 열었다. 장신대에서 채플 대체 이수 기관으로 선정할 정도로 말씀에 깊이가 있었다.

그를 먼저 알아본 것은 수강생이었다. 교회를 개척하자고 두 차례 요청했다. 결국 2012년 49.5㎡(15평) 교육 장소에서 서울에스라교회를 시작했다. 32세 때 일이다.

남궁 목사는 “요즘 신학생들이 교회 개척을 기피하는 것은 개척에 실패할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라면서 “건물 임차를 하고 간판부터 붙이면 교회는 재정 압박에 봉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도행전에서 바울이 습관처럼 성경을 가르치니 사람들이 모였고 말씀을 가르쳐 달라고 해서 데살로니가 교회가 시작됐듯, 교회 개척은 작은 모임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교회는 신명기 31장 9~13절에 나오는 모세의 세대 통합교육 유언에 따라 주일 오전 1시, 오후 4시, 수요예배를 세대통합 예배로 드린다. 오전·오후 예배 사이에는 연령대별로 주일 말씀을 주제로 소그룹 모임을 갖는다.

남궁 목사는 “이렇게 하면 영유아부터 장년까지 같은 말씀, 같은 주제, 같은 생각, 같은 기도를 하게 된다”면서 “자신보다 연령이 낮은 사람, 높은 사람 속에서 생활하므로 자연스럽게 훈련된다”고 설명했다.

주일설교는 성경 전체를 7년에 걸쳐 진행하는 데 ‘대하설교’라고 한다. 4박 5일 성경강좌 때는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집중적인 훈련을 한다. 월요성경공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강해도 있다.

남궁 목사는 “성도들이 말씀을 연구하다 보니 자신의 웬만한 문제는 성경 안에서 직접 해답을 찾는다”면서 “서울에스라교회에 심방이 많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성경통독 강사인 그도 주일설교 준비엔 20시간 이상 쏟는다. 남궁 목사는 “다락방에 올라가 컴퓨터와 개역개정판 성경을 가운데 놓고 양쪽엔 히브리어 헬라어 성경, 칼뱅 주석, 최신판 주석, 사전 역사서 등을 편다”면서 “성경의 시대로 들어가 현대인에게 적용할 만한 포인트를 만들어가며 설교를 준비한다”고 했다. 이어 “그 설교가 내 이야기가 될 때 설교 시간에 성도들이 빨려 들어온다. 만약 남의 이야기가 되면 띄엄띄엄 듣고 재미도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교회 성도들이 하나님의 ‘러브레터’인 성경 연구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궁 목사는 “하나님은 마치 어린 자녀와 술래잡기를 하며 나무 뒤에서 숨어서 아빠를 찾는지 궁금해하시는 분”이라면서 “성경통독은 아빠가 보낸 사랑의 편지를 읽으며 그분의 사랑을 확인하는 것이다. 성경은 ‘삶의 원칙이 들어있는 영적인 책’이라는 믿음과 기도가 있을 때 보이기 시작한다”고 조언했다.

김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