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이어온 EU산 철강·알루미늄 관세 분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다만 한국 철강의 대미 수출은 상대적으로 타격을 입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양측은 미국이 일정한 쿼터 내에서 EU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한 관세를 없애는 대신 EU는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철회하는 합의에 도달했다.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방국들을 대상으로 벌인 통상 갈등 중 하나가 해소된 것이다.
앞서 미국은 2018년 3월 미국의 철강과 알루미늄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미국이 수입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해당 조치는 EU와 중국, 일본에 적용됐다. 이에 반발한 EU는 같은 해 6월 버번위스키, 리바이스 청바지, 할리 데이비드슨 오토바이 등 미국의 대표적인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맞대응했다. 또 오는 12월부터는 보복 관세율을 25%에서 50%로 두 배 올릴 예정이었다.
백악관은 이번 합의를 두고 철강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가 여전히 적용되지만, 일정한 양의 EU산 제품을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EU는 매년 330만t의 철강을 무관세로 수출하고, 이를 넘어선 물량엔 25% 관세가 부과되는 저율관세할당(TRQ) 방식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도 관세가 면제됐던 일부 품목을 포함하면 EU가 내년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 물량은 430만t에 달한다.
미국은 이번 합의를 통해 노골적인 중국 견제 의도를 드러냈다. 지나 러몬드 미 상무장관은 “중국은 오랜 기간 유럽과 다른 시장을 통해 미국에 값싼 철강을 들여보냈다”며 “무관세가 적용되는 철강은 전적으로 유럽에서 생산된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측은 중국산 철강이 EU를 거쳐 미국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철강에 엄격한 탄소 배출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로 한국 철강의 대미 수출 여건은 불리해질 수 있다. 한국은 무관세를 적용받는 대신 2015~2017년 철강 완제품 평균 물량의 70%로 대미 수출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택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최대 수출 물량은 평균 물량의 70%에 그치지만 EU는 330만t을 무관세로 수출하고 그 이상 물량에 대해서도 일정한 관세를 내면 수출할 수 있다. 이에 EU의 대미 철강 수출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한국의 수출량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