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례회 앞둔 서울시-시의회 전운… 준예산 사태 재연 우려

입력 2021-11-01 04:03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4월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00회 시의회 임시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1일 시작되는 서울시의회 정례회를 앞두고 2010년의 준예산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1년 만의 ‘서울시 여소야대’ 구조에서 ‘박원순 지우기’와 TBS 출연금 삭감 등 내년 예산 문제에 더해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갈등 현안으로 잠복해 있어서다.

이번 정례회에서는 시와 시의회 간 강대강 대치가 불가피하다. 우선 오세훈 시장은 예산 사업 재구조화를 언급하며 박원순 전 시장의 사업에 대한 대규모 ‘칼질’을 예고했다. TBS에 대해서는 100억원 이상의 출연금 삭감을 추진 중이다. 시민단체 중심의 민간위탁 사업이나 도시재생 사업 등에 대해서도 최대 70% 이상을 삭감했다는 이야기도 새어나오고 있다.

시는 대신 ‘서울 런’에 100억원 이상, 안심소득에는 65억원 이상을 투입하는 등 오세훈표 시정 예산을 확대하는 안을 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31일 “의회에 제출할 예산안은 한정된 재원의 효율성을 최대로 높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시의원은 “2010년 정례회에선 무상급식증액과 한강르네상스 감액이라는 이슈에만 집중됐던 반면 이번에는 문제가 될 사안이 굉장히 많다”고 반발했다.

오는 5일쯤 예정된 김헌동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난제다. 의회에선 제대로 된 자료도 제공하지 않는다며 일각에선 청문회 보이콧 얘기까지 나온다. 한 시의원은 “가족 재산 등 제대로 된 자료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행정사무감사까지 겹쳐 있는데 청문회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말했다.

지난 25일 서울시와 시의회 의장단·상임위원장 예산간담회를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한 상임위원장은 “아직도 예산서를 못 봤다. 이 시점엔 당연히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뭘 이렇게 비밀스럽게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다른 시의원도 “전임 시장은 예산을 늘렸다고 비판하면서 정작 이번 예산도 늘었다. 도대체 어디를 늘렸는지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2010년 당시 민주당과 오 시장은 친환경 무상급식, 한강르네상스 예산을 두고 갈등을 빚다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을 넘겼다. 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이었던 12월 30일 시의회가 무상급식 예산을 증액하고 전시·홍보성 예산을 삭감한 뒤 예산안을 일방 통과시켰다. 서울시가 즉각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며 극단 대립이 이어졌다.

지방행정 전문가인 전영옥 군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행정은 일관성이 중요하다. 보궐선거로 당선된 분은 혼란을 야기할 장기 시책은 보류하고, 시의회도 단기 사업 공약은 존중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