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수사의 성패는 ‘윗선’ 규명에 달려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평가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이 수사에 돌입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뿐이다. 앞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한 차례 기각됐고, 핵심 혐의인 배임죄도 본류에 닿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황무성 초대 공사 사장에 대한 ‘사퇴 압박’ 정황이 윗선으로 가는 돌파구가 될 지 눈길이 쏠린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사팀은 이번 주 초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와 더불어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핵심 인물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검찰은 지난 28일 김씨를 조사하며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 여러 개를 들려주고 진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녹취에는 김씨와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개발사업의 수익 배분 등을 논의하며 정·관계 로비를 암시하는 대화가 담겨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혐의를 더 탄탄히 다지는 단계”라며 “뇌물 외에 배임·직권남용 등의 혐의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는 대장동 사업의 윗선을 조준하는 배임과 직권남용 혐의라는 두 갈래 줄기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는 수사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의 두 번째 구속영장마저 기각된다면 수사 동력의 큰 상실이 불가피하다. 유 전 본부장의 공소장에서 배임 혐의가 빠진 상황에서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에 배임 공범 혐의가 담길지도 관건이다.
황 전 사장에 대한 사퇴 압박과 더불어 이른바 ‘50억 클럽’ 로비 의혹 등도 검찰이 규명해야 할 과제다. 황 전 사장은 “2015년 2월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하게 된 배경에는 성남시가 있다”며 유한기 전 공사 개발본부장과의 대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검찰은 이날 황 전 사장과 공사 전략사업팀장으로 일했던 정민용 변호사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를 이어갔다.
검찰은 또 곽상도 무소속 의원이 ‘화천대유-하나은행 컨소시엄’(성남의뜰) 구성에 도움을 준 뒤 아들 성과급 등 명목으로 김씨에게 50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관련자의 혐의 연관성 등은 모두 수사 대상”이라며 “주요 피의자들의 신병 처리 및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라고 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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