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막바지에 공천 협박 주장이 제기돼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공천권을 특정 세력이 전횡하는 행태는 정치 개혁의 최우선 과제로 거론되는 사안이다. 케케묵은 의혹이 재연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발단은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의 아들이라는 청년이 “(윤석열 캠프의) 주호영 공동선대위원장과 권성동 의원 등이 매일같이 전화해 윤석열 지지율이 낮게 나온 지역은 공천받기 힘들다고 협박했다”는익명의 글을 한 커뮤니티에 올린 것이었다. 이에 홍준표 캠프는 “공천 미끼 협박이 사실로 드러났다”면서 두 의원의 당적 박탈과 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윤 캠프에서는 “게시물은 사실이 아니며 삭제됐는데도 무조건 윤 후보 측을 비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캠프는 홍 의원이 특정 당협에 대해 “내년 지방선거 공천 추천권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던 것을 거론하며 역공을 가했다.
공천권은 정치권이 빠지기 쉬운 마약과 같다. 당내 인사를 줄 세우기 하는 손쉬운 수단이 공천 약속이나 불공천 협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천권의 공정하고 민주적인 행사는 개혁의 핵심 중 하나며 공천권 남용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감은 매우 크다. 아무리 선거 판세가 다급한 상황이라도 공천권으로 지지표를 모으는 방식은 결코 있어선 안 된다.
국민의힘은 20대 총선 당시 공천관리위가 결정한 공천을 당 대표가 결재하지 않은 이른바 ‘옥새 파동’을 겪으며 제2당으로 추락한 흑역사를 경험했다. 그런 제1야당에서 공천 잡음이 일고 있는 것은 개탄스럽다. 글의 진위 확인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은 채 타 후보 몰아세우기부터 나선 것은 네거티브다. 윤 캠프도 반사적 받아치기로 자중지란을 벌이기보다 사실 확인부터 하는 게 옳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천권을 대선전에 연계시키는 정치 구태와 깨끗하게 절연하는 일이다. 공천권을 상급처럼 여기거나 정치 보복 수단으로 악용하는 행태는 유권자의 공직자 선택권을 무시하는 월권이다. 양 캠프는 엄정한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먼저 확인하고 책임질 게 있으면 반드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사설] ‘공천 협박’ 놓고 낯 뜨거운 공방 벌인 국민의힘 후보들
입력 2021-11-01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