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인하요구권’ 손질한다는데… 효과는 글쎄

입력 2021-11-01 04:03

금융당국이 대출금리인하요구권(금리인하권) 제도 개선 계획을 밝히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유명무실하게 운영돼온 금리인하권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국민의 대출이자 부담을 경감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해마다 낮아지는 수용률, 모호한 수용 기준, 현실과 동떨어진 처벌 기준 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금융위원회는 31일 소비자가 금리인하권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운영방식과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금융소비자는 자신의 신용상태가 개선된 경우 금융회사에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보장받고 있지만 활용도나 수용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는 내년부터 국민이 금리인하권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 및 홍보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상품 안내장에 관련 내용을 명시하고, 대출 기간 중 연 2회 정기적으로 안내문을 발송한다. 또 신청요건 표준안을 개발해 전 금융권에 공통적으로 적용하고, 금융회사가 인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명확한 사유를 기재해 10일 이내 답변토록했다. 금리인하권 관련 통일된 통계 기준을 산출하고 반기별 실적치를 공시하는 등 정보 접근권도 높일 계획이다.

금융당국이 이같은 개선방안을 내놨지만 실제 금융현장에서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4년간 금리인하권 요청 건수는 급증했지만 수용률은 되레 하락 추세다. 2017년 20만건에 불과했던 금리인하권 요청 건수는 3년 만인 지난해 91만건으로 4.5배 증가했다. 하지만 요청 건수 대비 수용 건수 비율인 수용률은 2017년 61.8%에서 2018년(47.0%), 2019년(42.6%)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지난해에는 37.1%까지 떨어졌다. 3명 중 2명은 금리인하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이다.

지금도 금융사가 금리인하권 요청을 불수용할 경우 사유를 기재해 답변토록 하고 있지만, 소비자로서는 모호한 답변을 받아도 뚜렷한 대응책이 없다. 금융위가 발표한 ‘불수용 사유 유형별 안내 문구’를 보면 “당행 내부 신용등급이 개선되지 않아 금리가 유지됨을 알려 드린다” “내부 신용평가 기준상 더 이상의 (신용)상향에 따른 금리 인하가 불가능하다” 등이 대표 예시로 나와 있다. 개별 은행의 내부 신용평가 기준은 대외비인 탓에 이같은 답변이 오면 소비자로서는 받아들이는 것 외에 선택지가 없다. 대외적으로 공개된 신용평가 기준을 일률적으로 반영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금리인하권이 불합리한 이유로 수용되지 않을 경우 관련 처벌 규정도 명확하지 않다. 금융위는 “금융회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금리 인하 요구를 거절 또는 지연하는 경우 금융소비자보호법상 불공정 영업행위로서 과징금·과태료 부과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금융사가 금리인하권에 대해 고지하지 않는 등 과실이 명백한 경우에 한한다. 금융사가 비공개 내부 기준을 이유로 들어 금리인하권 불수용을 통보하면 처벌할 근거가 마땅치 않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