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창업주 신격호 회고록 ‘열정은 잠들지 않는다’ 출간

입력 2021-11-01 04:06

지난해 1월 99세로 세상을 떠난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의 회고록이 출간됐다.

롯데제과로 시작해 200여개 계열사를 갖춘 롯데그룹을 일군 신 회장은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등과 함께 대기업 창업 1세대를 대표하는 기업인이지만 인간적 면모나 삶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신 회장이 생전에 남긴 기록을 토대로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원로 기업인들의 얘기를 더해 완성한 ‘열정은 잠들지 않는다’(나남·사진)는 신 회장의 첫 회고록이다.

1921년 경남 울주에서 태어난 신 회장은 공부를 더 하겠다는 꿈을 품고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41년 일본으로 건너간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나오는 인물인 샤롯데에서 ‘샤’를 뺀 ‘롯데’라는 이름으로 화장품 사업을 시작했고 1948년 롯데제과를 설립한다. 책은 청년 시절 신 회장이 일본에서 성장해온 과정을 상세히 알려준다.

65년 한·일 수교 이후 한국 진출을 모색하던 신 회장은 제철업으로 국내 사업을 시작하려 했다. 그러나 제철업이 정부 주도 사업으로 결정되자 준비한 제철업 자료를 포항제철 박태준 회장에게 제공하고 67년 롯데제과를 설립하며 국내에 진출한다.

신 회장은 서울 시내에서도 10층 이상 빌딩이 드물었던 70년대 초에 40층짜리 롯데호텔을 소공동에 지었다. 바로 옆 롯데백화점의 규모도 당시로선 엄청난 규모였다. 신 회장 특유의 대규모 복합개발 방식은 잠실 롯데월드와 롯데월드타워 등으로 이어졌다.

책 후반부에는 롯데월드와 롯데월드타워 건설 과정이 상세히 소개된다. 특히 123층으로 국내 최고층 빌딩 기록을 가진 롯데월드타워는 80년대 시작된 신 회장 필생의 프로젝트였다. 20여년간 23회나 변경된 롯데월드타워의 디자인 시안도 수록했다.

회고록은 신 회장이 일본에서 성공한 한국인 사업가지만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끝까지 간직한 인물이었다고 전한다. 그는 일본에서 사업하는 데 불리한 요소였는데도 대한민국 국적을 끝까지 유지했다. 별세한 뒤 묻힌 곳도 고향인 울주군 삼동면 선영이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