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유럽 순방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성사를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29일 이탈리아 로마 교황청에서 교황을 만나 한반도 평화 모멘텀을 위해 북한을 방문해달라고 공식 제안했다. 교황은 “초청장을 보내주면 기꺼이 가겠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이어 30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짧은 조우에서도 교황의 방북 수락 사실을 전했고,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반가운 소식’이라는 반응을 얻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 이후 10월 교황을 만났을 때도 “김 위원장이 열렬히 환영 의사를 밝혔다”며 방북 의사를 타진했다. 당시 교황은 “북한의 공식 초청장이 오면 갈 수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고 남북, 북·미 대화가 멈추면서 교황의 방북 논의는 진전되지 못했다.
일단 교황이 “갈 수 있다”에서 “기꺼이 가겠다”로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한 것은 고무적이다. 또 최근 남북 및 북·미 관계에서 대화 재개를 위한 물밑 작업이 분주하지만,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황도 오히려 평화 전도사인 교황의 방북 명분을 키워줄 수 있다. 북한이 최근 북·중 접경지역에서 물자교류 재개를 준비하는 동향이 포착되고, 국제기구의 구호물자를 받아들였다는 점도 교황 방북에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교황 방북이 실현된다면 문 대통령이 임기 말 전력을 기울이는 종전선언을 포함한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추진에 중요한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 교황 방북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당국의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북한도 교황이 방북할 경우 대외적으로 보통국가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고,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깊어진 경제·외교적 고립도 타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북한이 눈앞의 기회를 놓치지 말고 적극적으로 화답하길 기대한다.
[사설] 프란치스코 교황 방북, 이제 북한이 적극 화답할 때다
입력 2021-11-01 04:07